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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밥’ 맛을 보시렵니까, <BOB>
이다혜 2006-07-14

<BOB>은 밥에 관한 열아홉 가지 이야기를 모은 코믹 무크집이다. <BOB>에서 밥이라는 것은, 쌀밥을 뜻하는 데 국한된 게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 섭취하는 것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맘마>는 루이라는 남자와 루이에게 ‘맘마’를 주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8년 전부터 같이 살아온 두 사람, 루이는 그녀에게 성인 대접을 받고 싶다. 얼마 전에 애인과 헤어진 그녀를 위로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를 내칠 뿐이다. 이 기이한 관계의 진실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드러나는데, “나는 그녀의 밥, 그녀는 나의 밥”이라는 말에 함축된, 밥으로 상징되는 관계의 속성이 재미있다. <BOB>의 기획에 참여한 만화평론가 박인하는 여는 글에서 만화의 유통 구조와 도제식 창작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무크지와 같은 게릴라전이 의미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주전선(잡지, 연재 시스템)이 붕괴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사만화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가능성을 만들어내기에는 무크지 같은 게릴라전이 필요하다”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초반의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지나가면 최호철의 <철망바닥>이 모습을 보인다. ‘혼자 살던 초등학생,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어’라는 기사를 토대로 구성한 <철망바닥>은 생존을 위협받는 어린아이와 나이 든 농사꾼 할아버지,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들, 기간제 교사들이 서로에게 밥을 먹이려고 하지만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먹는다는 행위, 먹인다는 행위가 얼마나 삶을 아름답게, 때로는 구차하고 슬프게 만드는지 <BOB>은 19가지 색깔로 보여준다. 기성 만화가들의 작품들뿐 아니라 만화창작과 재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한국 만화의 미래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