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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하거나 읽거나
이다혜 2007-03-01

<섹스와 공포> 파스칼 키냐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섹스 토킹> 앙드레 브르통, 만 레이 외 지음/ 싸이북스 펴냄

섹스에 대한 두편의 논픽션이 출간되었다. 파스칼 키냐르의 <섹스와 공포>는 로마로 거슬러 올라가 섹스를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해석, 에이즈로 인해 섹스가 공포와 맞닿아 있는 현대인의 태도의 뿌리를 로마시대에서 찾는다. <섹스 토킹>은 앙드레 브르통과 만 레이를 위시한 초현실주의 그룹의 40명이 12회에 걸쳐 섹스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일종의 대담집이다. 전자는 섹스가 공포와 저주로 변하기 시작한 로마시대에 대한 일종의 주석서와 같은 구실을 하며, 후자는 해설이 아닌 섹스라는 행위에 대한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그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도이다.

“욕망은 매혹한다. 파스키누스(fascinus)란 음경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돌이 하나 있다. 돌에는 음경이 거칠게 조각되어 있고, 그 둘레에는 조각가가 써놓은 글이 있다. ‘여기 행복이 살고 있도다’.” 파스칼 키냐르는 <떠도는 그림자들>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두권의 책을 권할 수 있다면 <섹스와 공포>와 <은밀한 생>, 즉 인류 역사의 2천년을 조망하는 2부작을 권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두권의 책은 각각 고대에서 중세까지, 그리고 중세에서 현대까지에 이르는 성의 관점에서 조망한 인류 문명사다. 굶주림, 잠, 욕망의 순환궤도인 삶을 대하는 로마인의 태도를 읽는 키냐르는 이야기를 욕망의 행위로서의 글쓰기와 쾌락의 행위로서의 글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부터 격렬한 공포를 선택한 고대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결국 성을 억압하는 청교도주의의 뿌리는 그리스도교에 앞서 로마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키냐르가 성을 대하는 공포의 기원을 탐구했다면 앙드레 브르통, 만 레이, 막스 에른스트를 위시한 초현실주의자 40명은 ‘실행하는 섹스’에 중점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방담을 한다. 매번 10여명의 사람들이 매번 구성원을 바꿔가며 모이는데, 여기서 오가는 대화는 내밀하지만 구체적이고 집요하다. 당신은 사디스트인가 마조히스트인가? 페티시를 느낀다면 무엇에 관해서인가? 섹스 뒤에 항상 씻는가? 자위와 섹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등등. 이들은 너무 시시한 답변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 비판적인 대답을 하거나 반감을 보이는 대신 계속 대화를 이어가지만, 또한 1930년대에 가능했을 법한 다소의 편견(예컨대 동성애에 대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구체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뒷걸음질하지 않는 고백은 섹스에 대한 인식을 폭넓게 살펴보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결국 키냐르나 초현실주의자들이나, 섹스를 공포와 쾌락의 각 요소로 분리하는 대신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고 반작용하는지를 들여다본다. 어떤 방법으로 섹스를 읽건, 꽤 흥미로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