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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부터 유머까지, 짧은 즐거움 몇 편
안현진(LA 통신원) 2008-05-08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 아토다 다카시/ 행복한책읽기 펴냄 단편의 명수, 아토다 다카시의 블랙유머란 그런 것이다. 툭툭 던져진 문장의 미로를 헤매다 어느새 촌철살인의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는 것. 아찔하면서도 매혹적인 그 맛에 중독되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시소게임>으로 국내에 알려진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도 같은 매력을 가진 책이다. 표제작은 사업에 실패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야기. 산책하며 만난 남자의 조언에 따라 새로 시작한 냉장고 사업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에 이르면 독자는 그때까지 맞춘 퍼즐이 흩어져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 것은 아니다. 간절한 염원이 분신으로 나타나는 <미지의 여행>은 애잔하고, 시체의 양분으로 자라는 <기묘한 나무>는 예상 가능하면서도 웃기다. <취미를 가진 여자>는 영리한 이중구조로 독자를 교란하고, <행복통신>은 새옹지마의 희비극을 독창적인 소재로 풀어냈다. 로알드 달, 호시 신이치의 단편에서 느낀 서늘한 기묘함을 즐기는 독자, 긴 미스터리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에게 추천한다.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는 ‘아토다 다카시 총서’의 첫권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나폴레옹 광>은 곧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