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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시작된 성형의 역사
안현진(LA 통신원) 2008-10-30

<비너스의 유혹> 엘리자베스 하이켄 지음Ⅰ문학과지성사 펴냄

1세기 전만 해도 성형수술은 의학계의 천덕꾸러기였다. 신체적 결함을 최소화하는 ‘재건성형’은 존경 받았지만, 생김새의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한 ‘미용성형’은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심지어 미용성형 의사들은 돌팔이, 사기꾼이라고 불렸다. 지식도 부족했지만 인식도 싸늘하던 시대였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성형수술은 1차대전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장갑이나 옷으로 가릴 수 없는 부위가 손상된 군인들은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귀향을 거부했다. 덕분에 사례와 수요는 넘쳐났고, 이를 기점으로 기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그렇다면 군인이 대상이던 성형술이 황금알을 낳는 의료과목으로 바뀌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비너스의 유혹>은 청교도적 실용주의가 지배했던 미국을 중심으로 성형수술의 발전에 따른 인문사회적인 변화를 살피는 책이다. 원제는 <Vinus Envy>.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Penis Envy)을 운율까지 고려한 변형인데, 성형의 역사가 열등감, 소비심리 같은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음을 내포하는 패러디다. ‘문화와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는 미국사회를 기반으로 쓰여졌지만, 미의 기준을 서양인의 외모에 두는 한국에서도 내용상 적용되는 범위가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