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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내 벽에 붙여두고 싶은…
김도훈 2008-11-06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Ⅰ미우 펴냄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연다. 특별한 메뉴는 없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만든다는 것이 주인장의 소신이다. 물론 아닌 밤중에 캐비어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손님이 신주쿠 유흥가에 있을 리는 만무하다.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은 대개 동네 불량배, 나이든 게이, 잘 안 팔리는 엔카 가수, 사랑에 빠진 스트리퍼다. 그들이 원하는 음식도 달콤한 달걀말이, 문어모양의 비엔나 소시지 볶음, 하룻밤 냉장고에서 묵혀둔 카레라이스, 낫토 정식 정도에 불과하다.

<심야식당>은 밑바닥 인생들의 담담한 이야기다. 마흔한살에 만화가로 데뷔한 아베 야로는 서민적인 일본 음식들을 통해 심야식당을 찾은 서민들의 인생을 조근조근 단편으로 풀어낸다. 그림체는 화려하지 않다. 아니, 종종 아마추어적이다. 그러나 작가의 담백한 손맛이 심금을 울리는 순간이 꽤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 맘마(갓 지은 밥 위에 잘게 썬 가다랑어포와 간장을 얹어서 먹는 것)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 고양이 맘마를 즐기던 엔카 가수가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은 뒤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심야식당을 찾아온다. 고양이는 고양이 맘마를 먹고는 엔카 가수처럼 방긋 웃고 떠난다. 책에서 뜯어내 하얀 벽에다가 붙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