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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지속 가능한가
이다혜 2009-01-08

<월드 체인징> 알렉스 스테픈 엮음/ 바다출판사 펴냄

미래 예측 지수 ★★★★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지수 ☆

“왜 그냥 전화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는 살 수 없지?”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와 비례해 피로감도 늘어난다. 쓰지도 않을 기능의 목록을 눈앞에 두고 원치도 않는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돈을 내고.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선택할 게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가 집어던질 정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선진국에서 자주 발견되는 불행의 원인은 바로 선택 피로증.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선택 피로증은 다양성과 기술의 발전이라는 스포트라이트 이면에서 우리를 지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선택 피로증의 의미와 이유, 그리고 선택 피로증을 느끼는 소비자를 대하는 시장과 상표의 전략은 오늘날의 사회를 읽는 작은 키워드 중 하나가 된다.

<월드 체인징>은 변화하는 세상을 진행형으로 다루는 책이다. 물질, 주거, 도시, 지역사회, 비즈니스, 정치, 지구 같은 카테고리의 하위 장르에서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다양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인터넷 사이트 월드체인징닷컴(worldchanging.co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사이트는 SF작가 브루스 스털링의 표현을 빌리면 “빠른 대중교통수단, 맑은 공기, 건강한 의회로 구성된 활기차고 잘 짜인 멋진 공동체 같은 느낌”의 온라인 두뇌집단이다. 미래를 점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살피고 지속 가능한 바탕 위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흥미로운 점은 2006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환경문제(물질, 주거, 도시, 지역사회에 걸쳐 환경에 연관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를 비롯한 여러 이슈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비전과 여러 대목에서 일치한다는 사실. 구체적인 행동 지침보다는 개념적인 비전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685쪽에 이르는 벽돌 두개만한 이 책이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지만 지구 어디선가 이루어지는 과감한 변화를 참고하고 차용할 가이드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고아의 러버니즘은 흔히 전원도시라고 번역되는 개념인데, 최첨단 고효율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갖춘 주거지역과 전통적인 농촌생활을 혼합한 주거문화다. 실제 인도 고아에서는 2100년 자연적인 미래도시를 염두에 둔 도시개발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이 책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지속 가능한’이다.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이고 현실이 될 수 있는,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함’. ‘지속 가능함’은 변화를 주시하는 이 책에서 가장 중심에 둔 개념인 동시에 우리가 환경과 미래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