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야행>, 여름엔 괴담이지
이다혜 2017-07-10

<야행>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 예담 펴냄

네 사람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다. 주행 중에 도로 옆에 세워진 미니밴과 그 옆의 한 양복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된다. 차를 세우고 상황을 알아보니 남자는 차가 고장이라며, 숙모님을 태워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섯 사람이 차로 이동하게 되는데, 문제의 ‘숙모님’인 미시마씨는 알고 보니 “미래를 본답니다”. 사람의 얼굴만 보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단다. 그 말을 듣고 일행 중 한 사람이 “제 얼굴은 어떻게 보이나요?”라고 묻고, 미시마씨가 뒷자리의 사람들을 핥듯이 둘러본다. 별말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미시마씨는 그들에게 말한다. “도쿄로 돌아가세요.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늦습니다. 두분에게서 사상(死相)이 나왔습니다.” 당신이라면 이 말을 듣고 어떻게 하겠는가? 소설 속 네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야행>의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밤, 오쿠히다>의 줄거리다.

교토를 무대로 한 청춘, 판타지, 유머, 로맨스를 소설 속에 두루 구사해온 모리미 도미히코의 <야행>은 본격 괴담이다. 소설 속 몇몇 장면은 밤에 잠들려고 눈을 감으면 분명 생각날 것이다. 읽으면서 이미 그런 예감이 스친다. 이야기의 큰 틀은 소설 속 소설, 그러니까 액자식 구성. 10년 전 같은 학원에 다니던 사람 중 한명이 실종되고 시간이 훌쩍 흘러, 실종자를 제외한 사람들이 다시 만나기로 한다. 말을 하다보니 기시다 미치오의 <야행>이라는 연작 그림과 어디선가 마주친 적이 있고 또한 같은 때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림 속은 늘 캄캄한 밤이고, 여자가 있으며, 여자의 표정은 볼 수 없다.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 다섯편이 <야행>에 실렸다.

괴담의 중요한 특징은 사건의 전모를 분명히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떤 미심쩍은 기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사건을 파헤칠수록 더 이상한 상황으로 빠져든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기분 나쁘고 무서운 기분이 금세 드는데, 그런데도 계속 읽게 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사실 소설 속 일행이 기부네로 향했을 때부터 이상한 기분은 시작되었다. 기부네로 말하자면, 기부네 신사로 유명한 동네. 산골에 있는 기부네 신사는 교토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가 예닐곱시면 끊기는 산속의 신사로, 계단참을 따라 서 있는 등이 한밤중에 아름답게 불을 밝히기로 유명한, 밤의 신사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곳이다. 밤의 아름다움과 공포처럼 똑같은 얼굴을 한 것이 또 있을까.

예스24에서 책구매하기
여름엔 괴담이지 <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