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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콜럼바인>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7-09-19

<콜럼바인> 데이브 컬런 지음 /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펴냄

1999년 4월 20일 화요일. 에릭과 딜런은 사제 폭탄을 짊어지고 학교로 향한다. 목표는 ‘세상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기는 것. 소년들은 철저히 준비했다. 학교 식당에 사람이 가장 많을 시간, 어디에 설치해야 많은 희생자를 낼지 시간표와 동선을 짰다. 다행히 폭탄은 터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무차별 총격을 난사했다. 13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했다. 발생 18년이 지났지만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해석 불가한 사건으로 남아 있다. 특이점이 별로 없었던 두 소년이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추측만이 무성했다. ‘그 아이가 왜 그랬을까’를 계속 곱씹어본 책이 지난해 출간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해자 아이 중 딜런의 어머니인 수 클리볼드가 썼다)라면 <콜럼바인>은 수만쪽의 문서와 생존자 인터뷰, 현장 답사를 통해 가장 객관적으로 사건 전체를 조망한 치밀한 ‘보고서’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을 시간대별로 설명하고 생존자들의 시점에서 혹은 경찰과 가족의 시점에서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은 계속하여 서술된다. 기자였던 데이브 컬런이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은 무능한 언론을 비판할 때다. 언론은 계속해 흥미성 기사를 쏟아냈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보다는 가해자들을 괴물로 만들거나 피해자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에만 공을 들였다. 극성스러운 교회는 선교와 모금의 기회로 삼으려 했고, 경찰은 실수를 덮으려 급급했다. 시신 수습이 늦어져 차가운 바닥에서 3시간 동안 방치된 피해자,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총을 맞았으나 구조가 늦어져 죽음에 이른 선생님. 낯익지 않은가. 사건 속 정부와 언론의 대응 방식이 한국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객관적으로 사건에 접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현장 묘사와 공간 재현이 글을 지나치게 흥미진진하게 읽히게 한다. 실화가 아닌 가상의 액션영화처럼 읽혀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독자가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짐이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학교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각과 장소는 11시17분 학생 식당이었다. 에릭이 목표대상을 찬찬히 관찰해서 정확한 시간을 알아냈다. 10시30분에서 50분 사이에는 고작 60명에서 80명의 아이들이 식당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다. 10시56분에서 58분 사이에 “점심 담당자가 거지 같은 음식을 올린다.” (…) 잠시후 줄을 서려고 몰려드는데, 1분마다 50명씩 늘어 11시15분에는 500명 이상이 된다. 에릭과 딜런이 손으로 쓴 시간표를 보면 폭탄이 11시16분에서 18분 사이에 터지도록 계획했다. 그 아래에는 빈정거리는 말을 적어놓았다. “재밌게들 놀아! 하하하.”(68쪽)

브룩스 브라운이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에릭이 평소와 다른 곳에 차를 댄 것을 보았다. 브룩스는 시험에 대해 말해주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에릭은 차에서 막 내려 불룩한 더플백을 끌어내는 중이었다. “무슨 일 있어?” 브룩스가 소리쳤다. “오늘 심리학 시간에 시험 봤어!” 에릭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고집스러웠다. “상관없어. 브룩스, 나 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 어서 집으로 가.” 브룩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학교에서 벗어났다.(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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