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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유병재 농담집: 블랙 코미디>
김송희 사진 백종헌 2017-11-21

<유병재 농담집: 블랙 코미디> 유병재 지음 / 비채 펴냄

삼촌 공부는 왜 열심히 해야 해요? 그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 좋은 대학에 가면 뭐해요? 그럼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지.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뭐해요? 그럼 좋은 동네에 살지. 좋은 동네에 살면 뭐해요? 그럼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좋은 친구 사귀면 뭐해요? 그럼 연설문을 네가 직접 안 써도 되지.

촛불 정국이었던 2016년 11월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유병재의 이 발언을 듣고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제대로 된 풍자 개그였다. <SNL 코리아>의 작가로 방송 경력을 시작한 그는 ‘코미디언’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코미디는 지상파 방송보다는 주로 SNS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유병재 어록(‘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네가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등등)으로 소비되는 단문들은 주로 그가 페이스북에 썼던 것들이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이 느껴지는 SNS 단문에, 새로 쓴 긴 에세이를 더한 책이 <블랙코미디>다. ‘유병재가 책을 쓴다면 이럴 것 같아’라고 상상했던 대로의 책이지만 또 그만큼 예상을 배반하는 음울한 철학이 깃든 글들이 눈에 띈다. 1장 ‘블랙코미디’는 웃기면서 서글프고, 2장 ‘분노수첩’은 무슨 욕을 이렇게 차지게 하나 싶다가, 3장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로 넘어가면 그가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구나 싶다. 물론 마지막 4장 ‘인스타 인증샷용 페이지’에서는 다시 웃음이나며 역시 유병재는 코미디언이지 싶어진다. 부조리한 세상에 ‘뻑큐’를 날리지만 그 반대편에는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는 자기반성이 가득한 유병재식 유머. 역시 유병재는 코미디언이다.

농담과 진담

잊지 말자. 난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잊으신 모양이니까 나라도 잊지 말자. ‘어머니의 자부심’/ 사장님: 총각 TV 나오는 누구 닮았는데 기분 나쁠까봐 얘기를 못하겠네. 나: ‘유명세’/ 대학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아들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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