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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솔라>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8-08-21

<솔라> 이언 매큐언 지음 /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펴냄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먼 미래의 시점에서야 걱정이 필요할 줄 알았지만 이게 현재의 문제라는 것이 더욱 와닿는 요즘이다. 이언 매큐언은 오랫동안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환경단체의 요청으로 북극해의 스발바르로 떠난 이언 매큐언은 피오르의 장대함에 감탄하는 한편 나날이 심해지는 공용 탈의실의 카오스에 충격을 받았다. 매큐언을 비롯해 전세계의 석학들이 함께 사용하는 탈의실이건만 누가 누구의 물건을 더 빨리 훔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물품이 사라지며, 탈의실은 점차 난장판이 되어갔다. 인류애로 무장한 석학들이 최소한의 질서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한심한 광경을 보면서 소설가의 눈빛은 반짝였다. 자기 삶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힌 ‘비어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언 매큐언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솔라>의 주인공 비어드는 호감을 가지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막연히 비호감이고, 대머리에 키가 작고, 뚱뚱하고, 머리가 좋다고 스스로 믿지’만 다섯 번째 결혼이 무너져가고 있다. 유일한 자랑거리라고는 과거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전력인데, 지금은 그저 노벨상 수상자 비어드 교수라는 타이틀을 이런저런 기관에 빌려주고 먹고산다. 바람난 아내에게 모멸이나 당하는 비어드가 어느 날 극지방 탐사를 가게 된다. 탐사를 다녀온 날, 우연히 아내와 바람난 후배 연구원과 맞닥뜨리고 그의 죽음에 연루되고 만다. 신이 실수로 지능은 빠트리고 바보스러움과 자의식만 과잉으로 쏟아부은 것 같은 비어드의 행동들은 블랙코미디다. 어쩌면 이 남자의 탄생 자체가 태양계의 큰 실수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년 남자의 위기, 기만적인 학계와 잔혹한 매스미디어 환경, 이기적이기 그지없는 인간의 욕망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를 지구온난화와 한 두름에 묶어내는 매큐언의 솜씨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작열하는 태양

남극이 북극 아래 있는 건 지도를 만들 때 우연히 그렇게 배치한 것일 뿐인데도 그는 자신이 세상 꼭대기 근처에 있고 퍼트리스를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은 아래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삶을 돌아보았고 그게 그곳에서 보내는 일주일의 특징이 되었다. 북극의 오후 황혼 속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자신의 삶이 빈껍데기만 남으려고 하니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체중도 줄이고 건강도 되찾고 단순하고 체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것. 그는 이제 일에 대해 진지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잣니의 특별한 명성 덕에 생겼거나 쉽게 얻은 일들 외에 뭘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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