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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아처>
진영인 사진 백종헌 2021-08-17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아처’는 ‘archer’, 궁수라는 뜻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아처>는 활을 쏘는 궁사 이야기다. 어느 날, 소년에게 낯선 사람이 다가온다. 그 이방인은 한때 이 나라 최고의 궁사였던 ‘진’을 찾고 있는데, 소년이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목수가 바로 진이다. 이방인은 진이 보는 앞에서 활을 쏘아서 자신이 완벽한 경지에 다다랐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소년은 진에게 이방인을 데려가고, 이렇게 두 사람의 활쏘기 대결이 시작된다. 이방인은 실력이 좋아서 40m 떨어진 거리의 체리 열매를 맞춘다. 그런데 진은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더니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흔들다리 위에서 20m 떨어진 거리의 복숭아를 맞추는 묘기를 선보인다. 이방인은 진을 따라 하지 못한다. ‘정신을 다스리는 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여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설이다. 잠언 혹은 에세이에 가까운 통찰의 문장이 이어진다.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잠재성을 현실화하는 길이며 그 끝에는 마음을 비우는 새로운 생이 기다린다. 활쏘기는 이 여정을 비유하는 하나의 틀이다. 활쏘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같이 연습할 열정적이고 유연한 동료를 찾아야 하고, 도구인 활을 자신의 팔처럼 익숙하게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하며, 표적이 어디에 있든지 겸손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또 그 의미를 찾아야 하고, 자세를 바르게 잡아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살면서 몸담은 분야에서 앎과 기술을 배우고 그것에 익숙해져 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아처>의 활쏘기를 배우는 과정과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대장장이가 망치질을 수천번 반복하듯, 풍차의 날개가 수없이 바람을 맞으며 길들여져야 잘 돌아가듯, 궁사도 같은 동작을 수천번 반복한다. 평소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도 책을 펴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코엘료 책의 장점으로 꼽히곤 하는데, 방향이 어긋나거나 독자를 현혹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장점일 것이다. 끊임없이 몸을 쓰고 성실하게 마음을 단련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아함이란

우아함은 군더더기가 모두 사라지고 궁사가 간결함과 집중에 이르렀을 때 나타난다.”(71쪽)

“많은 연습을 거치고 나면 필요한 동작을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동작은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된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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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