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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2호 [프리뷰] 롭 자바즈 감독, '곡비'
이유채 2022-07-08

<곡비> The Sadness

롭 자바즈 | 대만 | 2021년 | 99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8 MM 20:30 / 7.9 CH 24:00

‘가장 폭력적이고 타락한 좀비호러영화 중 하나’라는 해외 평을 받으며 부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곡비>는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유발하는 ‘앨빈 바이러스’가 일상화된 근미래의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바이러스 변이로 사람들이 극도의 폭력성을 가진 좀비로 변하고, 가까스로 생존한 젊은 남녀 커플은 살아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좀비영화 <곡비>는 좀비 떼의 스펙터클이나 B급 유머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잔혹한 살인 방식에만 골몰하며 느릿하고 건조하게 99분을 채운다. 한적한 거리보다는 사람이 밀집한 식당, 지하철, 병원 내부를 주 무대로 선택해 일대일의 살육을 집요하게 이어나간다. 상황 종료 뒤에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훼손된 시체가 널브러지고 피가 낭자한 바닥을 얼마간 비춰 남은 불쾌한 열기까지 전달하는 끈적함을 보인다. 기분 나쁜 무언가가 들러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끔찍한 광경이 지속되는 시간은 의외로 짧다. 겁먹은 사람들의 리액션을 담은 장면들이 더 길고 많다. 설명적이고, 일단 시작하면 늘어지는 대화와 혼잣말로 채워진 장면들 역시 마찬가지다. 숨 쉴 구멍이 되어준 이 장면들이 없었다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이 영화 외적으로 가장 소름 끼치는 부분이다. 대만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 감독 롭 자바즈의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