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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6호 [인터뷰] 이재원 감독 “돈의 흐름을 재밌게 그려보고 싶었다”
김수영 사진 최성열 2022-07-12

<썬더버드> 이재원 감독

“어디 가는 줄 알고 차를 출발시켜요?” 손님이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택시기사 태균(서현우)은 차를 몬다. “카지노 안가세요? 거기 말고 별 다른 게 있나요?”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섹션에서 선보이는 <썬더버드>는 돈을 향한 욕망이 노골적으로 전시되는 강원랜드를 배경으로 한 액션스릴러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주인공 태균(서현우)과 태민(이명로) 형제는 어디선가 빌린 돈을 갚아야 하고, 받아내야 한다. 태민이 도박으로 큰돈을 땄지만 그 돈을 넣어둔 자동차 ‘썬더버드’를 전당포에 저당 잡히는 바람에 차 열쇠를 얻으려면 돈을 또 구해야 한다. 돈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썬더버드>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을 통해 이재원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을 맡아 완성한 영화다. 첫 장편영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난생처음 관객과의 대화(GV)를 한 이재원 감독은 “관객들이 어떻게 봤을지 너무 떨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 이야기의 배경이 강원랜드다.

=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 지역에 관한 기사를 봤다. 전당포에 자동차들이 많이 저당 잡혀있는데 길가에 놓여 있는 차들 때문에 지자체가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걸 보고 뭔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북에 가봤다. 사람들은 다 강원랜드에 있어서 동네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활기도 없었다. 마을에 사람은 없는데 터미널에는 택시가 길게 늘어져 있는 풍경이 흥미로웠다.

- 사전 취재 할 때는 어떤 점에 주목했나?

= 돈이 움직이고 유통되는 흐름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웃음) 당시 게스트하우스에 며칠 묵었는데 호스트가 사북 토박이였다. 서울에서 일하다가 사북에 돌아온 분과 그 친구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구체화됐다. 서울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아무리 멀어도 한 권역으로 인식하는데 비해, 정선군과 사북읍은 꽤 먼 거리라 서로 같은 동네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 영화에는 돈을 빌리거나 갚거나, 뺏거나 뺏기는 사람들이 나온다. 인물들 사이를 넘나들면서 문제를 일으키는데 돈이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 사북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나서 다시 보니 달리 보이는 풍경이 있었다. 전당포가 굉장히 많고 숙소나 마사지 업소도 즐비했다. 카지노에서 모이고 흘러나가는 돈의 이동 경로가 직관적으로 그려졌다. 돈이 전달되고 움직이는 풍경을 재미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준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다고 느꼈다.

= 장르적인 요소와 드라마적인 요소를 잘 배치하려고 고민했다. 1년 동안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을 통해 제작했고,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피드백을 계속 주고받았다. 처음엔 총도 나오고 장르적인 면이 더 강했다. 피드백을 통해 이야기에 펼쳐놓고 회수하지 않은 단서들을 정리하면서 이야기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장르적인 것들을 활용했고, 빠른 리듬감으로 편집했다.

- 야간촬영도 많다.

= 조명팀이나 스탭들은 힘들었겠지만 나는 특별히 야간이라고 더 어렵진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어서 편한 점도 있었고. 완벽한 라이팅을 기대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질감이 거칠어도 괜찮고 카메라 감도를 높여 노이즈가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또 밤이기 때문에 색이 강한 조명도 시도해볼 수 있었다.

- 주조연 캐릭터가 고루 흥미롭다. 태민은 대책 없는 사람인데 주변 사람들은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의 형 태균이 정말 궁금한 듯이 혼잣말한다. ‘왜 사람들은 저런 애를 좋아하지?

= 굉장히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사람, 뭔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는데 그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태민보다 그의 형 태균에 가까운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무리 계산하고 계획해도 안 풀리는 게 있다. 물론 태민같은 사람들이 다 잘 풀리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늘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웃음) 성향이 너무 다른 형제를 대립시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 영화 초반에 태균은 동네 사람들과 결이 다른 점잖은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는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동네 사람들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 나도 학창시절을 지방에서 보내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문학이나 영화 등 문화적 경험을 남들보다 늦게 했다. 그때 내가 만약 처음부터 서울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더 일찍 이런 걸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호스트의 친구분도 태균처럼 서울에서 교육받고 사북에 돌아왔다고 했다. 그분은 굉장히 섬세한 분이었는데, 고향에 돌아오니 지방 도시 특유의 거친 분위기라든가 섬세하지 못한 면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 얘기도 떠올랐다. 나도 그분 말씀에 공감한 부분이 있었고 그날의 대화가 태균이라는 캐릭터에 반영됐다.

- <썬더버드>에서 진짜 무서운 인물은 전당포 할머니였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지켜봤을 테고 그래서 무서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 전당포 할머니로 이곳에 계속 살아온 분이라면 굳은살이 많이 박이고 고집스러운 분이지 않을까. 험한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니까. 동시에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삶의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서 마지막에 좋은 호텔에서 쉬는 장면을 더하기도 했다.

- ‘썬더버드’라는 제목은 취재하면서 발견했나?

= 처음 이야기를 구상할 때 태민이 같은 카푸어, 신나고 멋있는 걸 마냥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차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이름을 떠올릴까 생각했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썬더버드’가 떠올랐는데 나중에 바꾸려고 해도 바꾸기가 어렵더라. 직관적인 작명이다.

- 어도비 템플릿으로 만든 듯한 촌스러운 타이틀을 쓴 것은 취향일까.

= 취향이다. (웃음) B급 무비나 저예산 장르영화의 요소들을 좋아한다.

- 레퍼런스가 된 영화가 있다면. 평소 좋아하는 영화도 궁금하다.

= 굉장히 많다. 1970년대 미국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무렵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기 시작했다. 카메라 움직임이나 배우들의 움직임도 거칠고 영화의 활력이 굉장하다. 존 카사베츠의 영화라든가 일레인 메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 속의 어떤 장면은 로이 앤더슨 감독의 어떤 장면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유, 더 리빙>(2007)에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바에서 한 소녀가 자기 꿈 얘기를 한다. 사람들은 아무도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의 풍경들이 내 영화 속에도 알게 모르게 들어간 것 같다. 미영(이설)이 껌을 씹으면서 태민을 바라보는 장면도 로이 앤더슨 초기작 중에 10대 건달 친구들의 사랑 이야기의 한 장면과 닮아있다.

- 첫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를 찍고 나서 가장 듣기 좋았던 얘기는 무엇이었나.

= 어떤 분은 이 캐릭터가, 어떤 분은 저 캐릭터가 좋다고 했을 때.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할 때도 기분 좋다. 영화는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만드는 거라 감독의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는 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스탭들이 내 아이디어를 ‘오염’시켜주길 기대했다. 배우들에게 자유로운 연기를 부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관객들이 그런 점을 발견해주실 때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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