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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프리뷰] 기모태 감독, ‘페이퍼맨’
김철홍(평론가) 2022-10-09

<페이퍼맨> Paper Man

기모태 / 한국 / 2022년 / 130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09일/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0일/09: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11일/16: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3일/19:30/CGV센텀시티 5관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우리 왜 이러냐?” <페이퍼맨>의 주인공 인목(곽진)은 젊었을 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정도로 건실한 삶을 살던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몸 하나 뉘일 집조차 없는 신세다. 신세를 질 가족이나 지인 역시 없어 보이는 인목은 보다 안락한 노숙 장소를 찾다 어느 다리 밑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곳에서 다른 노숙자의 박스로 만든 보금자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박스를 주우러 다니더니 이내 온 동네의 폐지를 끌어 모아 용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목은 이 동네의 ‘페이퍼맨’이 되어 끼니라도 해결할 수 있게 되지만, 경쟁자의 약한 잽 한 방은 인목이 겨우 지어올린 ‘종이 집’을 손쉽게 쓰러뜨려 버린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면을 귀엽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낸 <페이퍼맨>은 종이와 지폐(돈)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페이퍼’를 소재로 삼아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픈 교훈을 전한다. 감독은 자본이 남긴 쓰레기라도 차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을과 을의 싸움을 헐렁한 태도로 보여주다가도, 문득 웃음기를 거둔 채 냉소를 던지기도 한다. 예컨대 영화 내내 아등바등하던 인목의 모습과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아무런 예고 없이 이어질 때,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익숙한 속담의 뜻마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페이퍼맨>은 현대인들에게 ‘지렁이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려는 영화인가, 아니면 ‘지렁이가 꿈틀대봤자 지렁이’라는 자조 섞인 넋두리를 하기 위해 만든 영화일까. 그 진의와 상관없이 데뷔작을 연출한 기모태 감독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과 인목을 맡은 곽진 배우의 연기는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의 취지와 상당히 부합하는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