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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4호 [프리뷰] 임오정 감독, ‘지옥만세’
송경원 2022-10-09

<지옥만세> Hail to Hell

임오정/ 한국 / 2022년 / 109분/ 뉴 커런츠

10월09일/16:30/영화의전당 중극장

10월11일/20: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3일/2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은 한국독립영화에서 인이 박힌 소재다. <지옥만세>는 이 익숙한 소재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있겠냐는 판단이 얼마나 섣부른 편견인지를 증명한다. 발칙한 상상력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서 불씨를 지피는 이 영화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에 실패한 순간부터 걸음을 뗀다. 나미와 선우는 왕따와 폭력에 시달린 끝에 같은 반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자살을 시도한다. 상처 입은 영혼들의 어설픈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뒤, 탈출구 없는 두 소녀의 어두운 감정은 갈피를 잃고 헤매다 예정된 복수의 수순을 밟는다. 이제껏 자신들을 제일 괴롭히다가 전학을 간 동급생 채린을 찾아가 복수를 다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진 익숙하다. 문제는 가해자인 채린이 서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에 귀의하여 개과천선 해버렸다는 거다. 너무나 달라진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지옥만세>는 씩씩한 척 착한 척 연기하길 거부한 소녀들의 질주를 그린다. 이들의 자살 시도와 복수행은 도피가 아니라 둔해지고 싶지 않다는 적극적인 저항의 몸짓이다. 그것마저 좌절됐을 때 갈 곳 잃은 이들의 일탈은 기이한 에너지로 변주되기 시작한다. 개인의 목소리가 쉽게 묻힌다는 점에서 학교, 가족, 종교단체는 매우 유사하다. 영화는 착한 척, 괜찮은 척,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하는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고 뒤틀린 집단의식이 개인의 영혼을 좀먹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예측을 기분 좋게 빗나가는 소녀들의 행보는 상처가 지우고 덮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응시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이야기의 변주가 매력적인 모험담이자 올바름에 대한 딜레마를 탐색하는 흥미로운 성장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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