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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인터뷰] '배달의 기사' 난디타 다스 감독, 카필 샤르마 배우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
김철홍(평론가) 사진 백종헌 2022-10-10

<배달의 기사> 난디타 다스 감독, 카필 샤르마 배우

제71회 칸영화제 초청작이었던 <만토>(2018) 이후 4년 만에 난디타 다스 감독이 다시 부산을 찾았다. 데뷔작부터 계속해서 인도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내왔던 감독이 세 번째 연출작 <배달의 기사>의 주인공으로 삼은 대상은 ‘라이더’들이다. 팬데믹 사태를 겪은 지난 몇 년 간, 우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운반하기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노동했던 ‘도로 위의 주인공’ 라이더들을 위해, 난디타 다스 감독은 한 편의 따뜻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거기에 인도의 국민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카필 샤르마가 주인공 마나 역을 맡아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두 스타들은 바쁜 일정 가운데 나눈 잠깐의 대화에서도, 자신들이 속한 인도 사회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난디타 다스 감독은 벌써 네 번째 부산 방문이다.

= 난디타 다스 | 올 때마다 늘 특별한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 곧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예정인데 벌써부터 아쉽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항상 놀란다. 내 영화가 인도라는 특수한 사회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반응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 카필 샤르마 배우는 부산을 첫 방문했다고.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도와 달리 이곳에선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었을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었나.

= 카필 샤르마 | 너무 편했다. (웃음) 그런 걸 떠나서 이 도시가 풍기는 분위기가 좋다. 특히 한국 관객들의 영화를 향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이 인도와도 통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한국 역시 우리나라가 가진 사회 문제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이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같은 문제들이 세계적인 이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고,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 기사>가 매우 유의미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난디타 다스 | 카필 샤르마의 얘기에 덧붙이자면,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 이 영화는 팬데믹 시기에 구상을 시작했다. 그 시기 우리는 배달앱을 통해 온갖 것들을 배달 받았고, 그로 인해 다 함께 버텨낼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필시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문제가 산재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자료 조사를 해보니 라이더들이 인간의 존엄성까지 잃어가며 일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도시나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영화에 묘사된 상황들은 전혀 과장되지 않은, 현실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 카필 샤르마의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처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 카필 샤르마 | 배우가 되고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다. 공장 일이나 신문 배달 같은 급여가 좋지 않은 일을 한 경험도 많다. 감독님이 이런 나의 성장 배경을 알고 캐스팅 연락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주인공 마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난디타 다스 | 언론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신문 배달을 한 것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떠나서 그냥 이 사람의 진정성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스탠드업 코미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웃음), 카필 샤르마의 쇼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그렇다면 배우에게 묻겠다. 난디타 다스 감독의 영화에 대해선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 카필 샤르마 |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그는 이미 엄청난 스타다. 배우로서도 그렇고 영화로서도 증명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가 뿜어내는 진정성을 느끼며 늘 존경심을 가졌다. 그래서 처음 감독님의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도 읽지 않은 채 OK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영화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분명 내가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인데도,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푹 빠져서 영화를 봤다. 이번이 영화로는 세 번째 주연 작품인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쌓았다.

- 그동안 영화를 통해 꾸준히 인도 사회에 관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영화를 통한 사회의 변화를 체감한 것이 있는지.

= 난디타 다스 | 솔직히 말해볼까. 영화를 만든 당시보다 지금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누군가 나에게 이번에 만든 <배달의 기사>를 통해 라이더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한다면, 그에 대한 내 대답 역시 No다. 나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질문의 씨앗을 뿌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예술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각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 그럼에도 영화의 엔딩은 무척 감동적이다.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비관적이지도 않았다.

= 카필 샤르마 | 평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바로 뒤로 넘어가 결말부터 확인하는 스타일이다. (웃음) 그런데 이번 영화는 그러지 않고 순서대로 보았기에, 나 역시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엔딩을 확인하고, 이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해피엔딩은 우리 삶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떠날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러니 또 다시 찾아올 내일을 생각하며 웃을 수밖에 없는 거다.

= 난디타 다스 | 모두가 엔딩을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다. 나 역시 모든 문제가 터무니없이 해결되는 것은 싫었다. 그렇다고 너무 어두운 결말도 원치 않았기에 결국 마나에게 약간의 희망을 선물해 주는 엔딩을 만들게 되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기차는 현대 사회의 속도를 상징한다. 라이더들의 오토바이로는 결코 그 기차를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엔 마나가 고객들로부터 서비스 평가 ‘별점 다섯 개’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별점 대신 미소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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