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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F 2호 [인터뷰] '꼬마 니콜라'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 유년의 슬픔을 안아주는 힘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2-10-22

<꼬마 니콜라>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 인터뷰

1959년 르네 고시니의 글과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이 만나 완성된 만화 <꼬마 니콜라>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아망딘 프리동,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애니메이션은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얻은 두 작가를 등장시켜 거친 풍랑을 헤쳐온 그들의 유년기를 고백하도록 한다. 그러니 르네 고시니와 장 자크 상페는 이 영화의 원작자이자 주인공인 셈.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꼬마 니콜라>로 내한한 뱅자맹 마수브르 감독에게 유년의 슬픔에 관해 물었다.

- 니콜라의 일상적 에피소드 사이 마다 니콜라가 장 자크 상페와 르네 고시니를 찾아와 대화하는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 스토리 구조는 시나리오를 처음 짤 때부터 생각해둔 것이었다. 장 자크 상페와 르네 고시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또 자칫하면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작가가 영화 속에서 편하게 고백할 수 있도록 니콜라가 계속 질문하는 방식으로 꾸려갔다. 사실 두 작가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이나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배경으로 다소 어두운 유년기를 보냈다. 자신이 갖지 못한, 이상적인 유년기를 투영시켜 만든 게 바로 니콜라다. 그런 니콜라가 계속해서 두 작가에게 과거를 되돌아보는 질문을 건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 장 자크 상페와 르네 고시니가 원작 <꼬마 니콜라>를 만들게 된 창작 계기나 두 작가가 처음 친구가 된 일화 등 영화에 등장하는 두 작가의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 니콜라의 평온한 일상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 자크 상페와 르네 고시니 두 작가의 우정을 보여주는 것도 무척 중요했다. 특히 둘 다 특정한 트라우마를 겪고 회복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면 관객으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러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는 영화 작업을 함께한 장 자크 상페의 이야기를 각색하기도 했고, 르네 고시니의 딸인 안 고시니가 간직한 아버지의 편지를 참고하기도 했다.

- 섬세한 라인 드로잉과 감성적인 수채화를 디지털 원화로 표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 장 자크 상페는 조금 과장을 보태면 컴퓨터를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람이다. (웃음) 평생 잉크로 그림을 그린 작가라 디지털 작업 과정에도 이게 잘 구현될지 걱정이 많았다. 특히 잉크가 얇게 표현됐다가 점점 두꺼워지는 미세한 변화를 유독 신경 썼다. 아무래도 그런 지점이 장 자크 상페 작업의 특징이니까. 이런 부분을 잘 반영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장 자크 상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수채화의 물 자국이나 미세한 잉크 라인 또한 작품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과 아주 똑같이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종이 작품의 일부를 스캔해서 덧대기도 했다.

- 아망딘 프리동 감독과 협업을 했다. 두 감독 모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가 있다면.

= 아망딘 프리동 감독은 예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나는 편집과 시나리오를 전공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아망딘이 장 자크 상페, 내가 르네 고시니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당연히 영화의 모든 영역을 신경 써야 했지만 그 중에서도 두 작가를 살아 숨쉬듯 생생한 오마주로 잘 녹여내고 싶었다. <꼬마 니콜라>의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진실함이다.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두 작가의 관계와 원작 <꼬마 니콜라>를 작업하며 품어온 고민을 진실되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자 했다.

- 르네 고시니의 딸 안 고시니가 시나리오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그는 어떤 아버지였다고 하던가.

= 르네 고시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딸은 9살이었다. 니콜라와 같은 나이다. 그래서 안 고시니가 기억하는 아버지도 어렸을 때의 모습이 전부인데, 흐릿하지만 아빠의 타자기 앞에서 장난을 치거나 함께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 프랑스에는 ‘작은 쥐가 되어서 돌아다닌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 자신이 작은 쥐가 되어서 아빠의 책상 위와 타자기 주변을 돌아다니고 싶었다고 한다. 그 기억의 묘사가 무척 아름다워 영화의 한 장면에 반영하기도 했다.

- <꼬마 니콜라>는 밝아보이지만 밝은 기억만 다루지 않는다. 르네 고시니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어려서부터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 했고 장 자크 상페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폭력을 견뎌야만 했다. 어두운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어떻게 균형을 맞추려 했나.

=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주제를 피할 수 없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회복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며 우울한 이면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꼬마 아이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어떤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는 게 적합할지 자주 논의했다.

- 협업자로서 장 자크 상페는 어떤 작가인가.

= 따뜻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동료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것을 자기만의 정서로 녹여내는 힘이 있다. 함께 작업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고 “너무 뚱뚱하게 그린 거 아냐?”, “이건 너무 키가 작은데!" 하면서 지적을 남발하는 모습이 그렇게 웃겼다. 또 컴퓨터로 작업을 안 하는 그의 업무 패턴 때문에 모든 디지털 원화를 종이로 출력해서 전달하고, 그 위에 적힌 수정사항을 다시 적용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이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무척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모든 출력물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 <꼬마 니콜라>는 풍부한 계절감이 담긴 장면이 많이 나온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산과 들, 너른 바다와 밤하늘. 유유히 흘러가는 평화로운 풍경에서 이상하게도 구슬픈 마음이 든다.

= 아마도 그 고요하고 잔잔한 풍경을 보면서 기억 속에 묻어둔 소중한 순간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계절을 맞아 가족들과 떠났던 짧은 휴가나 친구들과 고민 없이 뛰어놀던 시절들, 그땐 특별한 줄 몰랐지만 돌이켜 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순간들. 그런 것들은 평온함 안에 잠재돼 있기 마련이다. 특히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