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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4호 [인터뷰] ‘좋.댓.구’ 박상민 감독, 배우 오태경, 유튜브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에 대하여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3-07-02

<좋.댓.구> 박상민 감독, 배우 오태경

<올드보이> 오대수의 아역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태경(오태경)은 성인이 된 이후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좀처럼 없다. 아쉬움과 좌절이 밀려들기 전, 그는 스스로 시청자를 찾아 나선다. 바로 ‘BJ리오(리틀 오대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신 해결해주는, 다소 가벼운 챌린지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광화문에 선 말 없는 피켓남을 찾아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좋아요, 댓글, 구독알람’이라는 뜻의 <좋.댓.구>는 유튜브 시청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한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무명 유튜버의 몸부림은 일명 ‘관종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곧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현상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이 여정을 거침없이 달려 온 박상민 감독과 배우 오태경을 만났다.

- <좋.댓.구>는 배우 오태경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오태경 배우를 염두에 두었나.

박상민 기획 단계에서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설정이 중요했다. 과거에는 인기가 많았던 배우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변화가 유튜브로의 진입을 자연스러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때 오태경 배우가 떠올랐고 인터넷으로 찾아본 정보에 맞춰 시나리오를 썼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뒤 실제 상황에 맞게 수정했다.

오태경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워낙 독특해서 어떻게 완성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웃음) 그러다 문득 내가 오태경 역을 연기할 일이 또 있을까 싶더라. 내 삶에 전무후무한 작품이 될 것 같아서 바로 합류를 결정했다.

- <좋.댓.구>는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공방전을 다룬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인터넷방송 BJ와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온갖 루머를 퍼뜨리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처음 이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박상민 10년 전에 준비했던 단편 프로젝트가 있었다. 광화문 한복판에 피켓을 들고 있는 한 무명 배우와 매니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장편으로 옮기면서 스크린 라이브 형식을 접목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라는 매체가 잘 어울려 보였고, 온라인 상의 다양한 풍경을 현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시대성을 조금씩 확장하는 사이에 인물들의 서사도 더 늘어났다.

- 인터넷방송 BJ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문법을 이해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기존 콘텐츠를 보며 BJ의 톤 앤드 매너나 제스처 등을 참고하기도 했나.

오태경 평소에 유튜브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감독님이 참고할 만한 클립 영상을 많이 준비해주셔서 모니터 하나를 같이 보며 연기 연습을 했다. 익숙하지 않았다. 어투와 목소리 톤도 낯설지만 상대방 없이 모니터를 보면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나의 방식대로 이해하려 했다. ‘오늘은 20줄짜리 독백 연기를 펼치는 날이야’ 하면서. 뭔가를 하기 전에 스스로 납득이 돼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BJ로서 댓글에 맞춰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촬영 초반에는 조감독님이 실제로 모니터에 댓글을 써주기도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 조금만 안 맞으면 진짜 BJ처럼 화면을 멍하니 보면서 댓글을 기다리게 되는 거다. (웃음) 회차를 거듭하면서 혼자 연기하는 데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 박상민 감독은 <곤지암>부터 <좋.댓.구>까지 라이브 방송과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주요 소재로 다뤄왔다.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면.

박상민 현재 2030 세대는 극장에서 한 가지만 집중해 보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빠르게 소비하는 문화에 친숙하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서치> 같은 새로운 형식의 영화도 나올 수도 있었다. 또 영화에 현실성이 중요한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BJ의 주작 논란’을 중심 사건으로 꼽은 것도 실제 유튜브 세계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누군가를 마녀 재판에 올리는데, 그 속도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것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가볍고 발랄한 영화 분위기 속에서 오태경은 주작 사건을 기점으로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 정극과는 다른 진중함을 표현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오태경 그 지점이 가장 어려웠다. 극중 직업이 유튜버고 또 유튜브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어쨌든 우리의 카테고리는 영화다. 감정 전달을 놓쳐선 안 되는데 오로지 그것에만 신경 쓰면 유튜브의 날 것인 느낌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가볍게만 임하면 배우로서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마치 유튜브와 영화 사이의 간극을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느낌이었다. 이 차이를 자연스레 줄이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박상민 또 영화 대부분이 롱 테이크로 촬영되다 보니까 감정을 한번에 쏟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오태경 배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컷을 나누면 감정의 굴곡도 분배해 드러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여지가 비교적 적었다.

- 주작 사건은 성추행 진실 공방을 두고 억울해하는 남성의 피켓 시위로 시작된다. 성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은 논쟁적일 수 있는데 이를 선택한 이유는.

박상민 2017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곰탕집에서 남성이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애매한 CCTV 각도 때문에 진의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사건이다. 당시 매주 상황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온라인 상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분노를 드러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근거 없는 억측이 난무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가 거의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것들을 쉽게 믿었다. 너무 쉽게 추종하고, 너무 쉽게 돌아서고, 너무 쉽게 비난하는 온라인 상의 모습을 기시감 있게 나타내기 위해 선택했던 것이다.

-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포함하여 박찬욱 감독, 문소리 배우 등 화려한 카메오가 등장한다. 섭외 과정은 어떠했나.

박상민 영화 기획 단계에서부터 놓치고 싶지 않은 요소였다. 실제 유튜브를 볼 때 중간 광고가 삽입돼 있지 않나. 거기에 깜짝 카메오를 배치하고 싶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면에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정말 많은 유튜버를 만났다. 거절 의사도 많이 받았다. 유튜버의 성향과 개성에 맞춘 광고 스크립트를 하나하나 다 적어갔다. 이 또한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은 오태경 배우와 <올드보이>를 함께 한 인연으로 부탁드렸는데 제안을 듣자마자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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