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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5호 [인터뷰] ‘흑교육’ 가진동 감독, “사실적인 연기와 연출이 중요했다”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3-07-03

<흑교육> 가진동 감독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친구 장(주헌양), 한(송백위), 왕(채범희)은 각자가 저질렀던 악행을 대결하듯 풀어낸다. 계속해서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의 마지막 추억으로 나쁜 짓을 함께 저질러보자는 치기 어린 마음이 충동적으로 폭발한다. 그만두는 것은 약함을 인정하는 것. 이젠 누구도 이 질주를 선뜻 멈출 수 없다. 어느새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세 친구는 이제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첫사랑 커징텅으로 설렘을 안겨 주었던 배우 가진동이 긴장감 넘치는 세 친구의 하룻밤을 지휘하는 감독으로 부천을 찾았다. 연출자로 나선 가진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했다. 극본의 어떤 점을 보고 연출을 맡기로 했나.

=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 영화의 메시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명확한 단계로 나눌 수 없다는 것. 절대적인 선도 불변의 악도 없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선하다고 믿는 사람도 남 모를 때 나쁜 짓을 하고, 무작정 악해 보이는 사람도 타인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는다. 불분명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영화라는 점에서 꼭 감독으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 영화 초반,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세 친구는 누가 더 악행을 저질렀는지 대결하듯 비밀을 폭로한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성폭력, 노숙자 살인 등이 밝혀지고, 더 이상 관객은 이 폭로전을 보고 웃을 수 없게 된다. 관객은 인물과 거리감이 생긴 상태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어떤 점을 신경 썼나.

= 관객이 아이들을 이해하게 하기 보다 궁금해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연출, 이야기, 연기의 현실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고등학생이? 이 아이들이?”하고 놀라면서 세 친구가 저지른 행동의 이면이나 이들이 삶을 책임지게 되는 방식을 끝까지 흥미롭게 바라보길 바랐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실제처럼 연기해달라는 주문을 가장 많이 했다. 말이나 행동이 너무 과장돼 보이는 순간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영화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조명 설정에 많은 신경을 쓴 듯하다.

= 촬영 기간이 짧았던 만큼 야간 촬영의 세팅이 중요해서 네온사인 같은 간접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중에서도 파란 불빛과 빨간 불빛을 많이 사용했다. 이 조명은 세 친구의 심리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데, 보통 빨간 불빛과 파란 불빛은 경찰차를 연상시킨다. 죄가 있는 사람은 경찰차를 떠올리는 순간 두렵고 공포스럽지만, 죄가 없는 사람은 이것을 안전하게 여긴다. 이러한 세 친구의 심리 묘사를 반영했다.

- 배우와 감독의 자리는 많이 달랐을 텐데, <흑교육>을 연출한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

= 모든 사안을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배우로서 감성적인 접근을 했다면, 감독은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 경험이 배우로서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훨씬 더 입체적이고 작품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몰두해보려 한다.

- 세 친구는 암묵적인 서열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배짱 좋고 무섭지 않은 척 굴지만 표정이나 눈동자의 흔들림에서 솔직한 심정이 드러난다. 디테일한 감정 묘사를 위해 배우 주헌양, 송백위, 채범희에게 어떤 디렉션을 주었나.

= 세 배우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캐릭터의 전사를 꼼꼼하게 챙기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현장의 상태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 자신의 히스토리와 극중 인물이 연결될 때 더 강하게 몰입하는 배우도 있다. 나 또한 배우로서 이러한 성향 차이를 너무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나은 방식을 함께 고안할 수 있었다. 감독으로서 연기를 지도했다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세 배우 모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시나리오에 적혀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현실적인 장면을 구현할 수 있던 것도 이들 덕분이다. 이야기 안에서 조금씩 누적되는 감정들을 잘 그려줬다.

- 엔딩 장면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바깥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데, 이들은 그 이후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생각해본 적 없는 상상이다.(웃음) 아마도 원래의 삶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날 밤에 벌어진 일들을 너무 잊고 싶어 하겠지. 그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원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세 친구가 각자의 죗값을 책임지는 의미로 나름의 선택을 하는데 그건 결국 세 친구가 어떻게 살든 서로를 평생 잊지 못할 거라는 의미다.

- <흑교육> 속에 반영된 현재 대만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

= 대만에서는 교복을 입는 아이들을 어린 아이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비교적 쉽게 용서하는 분위기가 있다. 사실 어린 아이들인 만큼 더더욱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 왕, 한 세 친구가 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 없이 자랑할 수 있던 것도 그런 분위기로부터 영향 받지 않았을까.

- 한국에도 대만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대만 영화가 어떤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 대만 영화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작된다. 어떤 어젠다든 사회적 검열이나 이익집단의 개입 없이 상상한 모든 것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성이 반영된,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영화가 많다.

- 연출자로서 대만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를 체감하나.

= 코로나19 이후 영화보다는 시리즈 제작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훨씬 실내로, 개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청 습관 자체가 변했달까. 하지만 조금씩 회복 기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는 결국 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다함께 울고 웃는 경험이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체험인 만큼 사람들이 조금씩 극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초과 근무 금지 같은 규제가 생겨나면서 스탭들의 근무 환경이 전보다 더 개선되고 있다. 더 건강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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