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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인터뷰] 색다른 영화 보기의 실험은 계속된다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1-10-07

정미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래머 인터뷰

관객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제 속의 영화제, 커뮤니티비프를 담당하고 있는 정미 프로그래머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영화를 만들고, 비평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 경험의 플래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관객이 주도하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영화제 커뮤니티비프에선 실제로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 2018년 커뮤니티비프의 시작을 함께 했고 성장을 지켜본 정미 프로그래머에게 올해는 또 어떤 재미있는 멍석을 깔아놓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지 들었다.

-2018년 커뮤니티비프가 신설됐다. 올해로 4년째인데 얼마나 자리 잡은 것 같나.

=첫해엔 남포동의 롯데시네마 대영 극장을 사용하지 않았고, 40계단, 모퉁이극장, 영화체험박물관 같은 부산 중구의 여러 공간을 활용해 커뮤니티비프 행사를 치렀다. 공간이 분산되어 있어 이동의 문제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영화관이 아닌 공간에서 상영을 하다 보니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행사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더 안정적인 관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커뮤니티비프를 경험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리퀘스트 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에 접수된 내용을 보면 확실히 올해는 자리 잡았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커뮤니티비프가 생소하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관객들은 관객 주도형 행사의 취지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리퀘스트 시네마는 관객이 프로그래머가 돼서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면 관객의 지지를 받는 크라우드 티켓팅 방식으로 진행이 확정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엔 60건이 접수됐고 최종 24건이 편성됐다. 올해는 39건이 접수됐는데 서류 심사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 내용이 좋았다. 관객 프로그래머들의 기획 자체가 훌륭했다. 점점 커뮤니티비프 사용법을 알게 된 선수들이 생겨난 것 같다. (웃음) 올해 접수된 39건 중 3건은 배우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이어서, ‘Day X Day’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개하기로 했다. ‘Day X Day’는 배우, 역사, 젠더 등 특정 주제나 공통점을 지닌 영화를 모아서 집중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올해 엄태구, 전여빈, 김소이 배우의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커비배우전’을 마련했다.

-변화를 꾀했거나 힘을 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Day X Day’가 올해 새롭게 준비한, 신경을 많이 쓴 프로그램이다. 앞서 얘기한 ‘커비배우전’ ‘리멤버부마’ ‘Departure’ ‘벡델 초이스 초이스’로 세부 기획전을 구성했다. 오늘의 메뉴가 매일 바뀌듯 하루하루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일일 기획전을 선보이는 형태를 생각하면 된다. 매일 새로운 주제를 집중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커비콜렉션’ 역시 다양하게 달라서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하게 다르다는 건, ‘네가 뭘 좋아해서 다 준비했어’의 느낌으로 여러 주제와 관심사를 포괄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프로그램 ‘마스터톡’에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 배우와 민규동 감독이 참석하는데, 관객들이 전용 앱에 접속해 마치 유튜브에 댓글을 올리듯이 코멘터리를 올리면 그걸 함께 영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영화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이건 어떻게 찍으셨나요’ 하고 질문하면 감독과 배우가 답을 하는, 양방향 실시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짤 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겠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제는 관객들의 의견을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판을 깔아줄 뿐이다. 정말로 관객들과 동행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 ‘Day X Day’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고. 영화 프로듀서 출신이어서인지 영화가 삶의 현장, 직업의 현장, 우리의 일상과 분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또 영화제는 다리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 영화제다. 사람들을 모이게끔 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힘을 받아 공동체가 나아간다는 것을 커뮤니티비프를 하면서 많이 느낀다. 그렇게 네트워크가 생긴다. 요즘 커뮤니티비프엔 지금 여기의 지성이라든가 영화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려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이런 만남이 반가운 이유는, 우리는 결국 사람을 통해 배우고 감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비프가 특별한 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올해 새로 준비한 동네방네 비프도 소개해준다면.

=남포동과 해운대가 아닌, 부산 전역 14개 구·군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지역 사회 공동체와 함께 상영회 등을 진행한다. 부산시민공원, 복천동고분군, 장림포구 ‘부네치아’ 등 이번에 선정한 14곳은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엄선한 곳들이다. 부산 사람들에겐 특유의 공동체 지향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피난민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다고 해야 하나. 내 집, 네 집의 구분 없이 한데 살아서인지 오지랖의 정서가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런 성격이 동네방네 비프와도 잘 어울린다 생각하고, 마을 단위로 영화를 즐기고 배우는 좋은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영화제 역대 상영작 중에서 야외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든지 치유와 위로의 독립영화들이라든지 상영작도 다양하게 꾸몄다.

-올해 관객들이 커뮤니티비프를 어떻게 즐겨줬으면 좋겠나.

=특히 청년들에게 커뮤니티비프는 좋은 교양 과정, 놀이와 배움의 장이 될 거라 생각한다. 십대의 어린 학생들부터 청년층까지 많이들 와서 경험하고 가면 좋겠다. 커뮤니티비프는 진입 장벽이 낮다.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 좋은 놀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커뮤니티비프는 색다른 영화 보기의 실험이다. 한국 관객들은 팝콘을 먹고 콜라를 마시면서는 영화를 잘 보지만 웃거나 울거나 자기 감정을 드러내며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커뮤니티비프에선 ‘리액션 시네마’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의 영화 즐기기를 제안한다. 춤 공연을 즐기면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런 실험이 메아리가 되어 또다른 창의적인 해석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 삶에도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우리의 일상까지 변화시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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