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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IFF #5호 [추천작] 마리아노 지나스 감독, '탱고가수 코르시니'
김소미 2022-05-02

<탱고가수 코르시니> Corsini sings Blomberg & Maciel

마리아노 지나스/아르헨티나/2021년/100분/월드시네마

2021년 7월9일,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 독립기념일을 맞이한 아르헨티나에서 영화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13시간에 달하는 극영화 <라 플로르>(2018)를 선보였던 마리아노 지나스 감독이 촬영감독 아구스틴 멘딜라아르수, 가수 파블로 다칼과 고전 LP 《Corsini sings Blomberg & Maciel》를 재녹음하는 현장이 이 다큐멘터리의 몸체다. 탱고 가수 이그나시오 코르시니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재해석하는 과정은 곧 낭만적 가사와 멜로디에 숨겨진 역사의 지층을 파헤치는 작업과 연결된다. 라틴아메리카영화의 독자성을 주지시키는 대담한 문법의 구사자인 마리아노 지나스 감독은 음악과 시대가 결부된 복잡한 태피스트리를 메타 다큐멘터리 형식과도 일치시켰다.

코르시니의 노래 속에 담긴 독재자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의 흔적을 검토하는 푸티지와, 촬영본을 보면서 코멘터리하는 자신들의 모습, 녹음 현장 등이 교차되면서 포스트모던한 감성이 경쾌하게 솟아오른다. 전통적 음악 다큐멘터리와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고 역사 인식에 있어서도 직관과 모험심, 장난기가 가득하다. 거리를 떠돌며 서적과 지도, 악보를 무작위로 탐구하는 로드 무비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단순한 구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픽션-논픽션의 경계에 초연한 태도만큼은 같은 줄기 위에 있다. 탱고의 리듬 위로 펼쳐지는 일종의 도시교향곡으로서 <탱고가수 코르시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과거에 관한 겁 없는 편곡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