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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산문집 '오늘도 자람' 출간한 소리꾼 이자람
이다혜 배동미 2022-04-29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매주 수요일 혹은 금요일 밤 11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혜리의 작업실’ 세 번째 시간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스트는 공연예술가, 소리꾼, 뮤지션, 음악감독, 배우, 작창가,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산문집 <오늘도 자람>을 출간한 이자람 작가입니다. <오늘도 자람>은 40대가 된 소리꾼 이자람의 지금까지 이야기입니다. 5살 때 낸 히트곡 <내 이름(예솔아!)> 때문에 “예솔이”라 불리던 성장기부터 판소리를 접한 시기, 첫 번째 스승님에서 세 번째 스승님까지의 인연, <사천가> <억척가> 등으로 해외 공연을 다닌 이야기까지 볼 수 있는 책인데요. 글을 쓰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이자람 @jjjjjam 다양한 시간대로 여행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산 공부>란 글을 쓸 때, 초등학교 5학년 때 갔던 청학동 어느 마당에서의 기억이 제 몸에 확 들어왔어요. 밤하늘에 별이 떠 있는 그때 그곳으로 정말로 여행을 가더라고요. 글에는 그런 힘이 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이자람 작가와 <오늘도 자람>에서 뽑은 다섯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가 ‘전통 판소리’인데요. 전통 판소리꾼일 때 가장 즐거움을 느낀다는 인상이었어요.

이자람 @jjjjjam 전통 판소리, 창작 판소리 두 가지가 주는 성취감이 다른데요. 전통 판소리는 ‘링크’가 걸릴 때가 있어요. 조선 시대의 어느 창작자, 혹은 돌아가신 선생님, 또 그가 보냈던 그의 선생님까지 알 수 없는 긴 역사의 끈이 이어지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 저도 놀라고 제 능력치를 넘어 먼 어딘가에 다녀오는 느낌인데, 자주 오지 않는 순간이고, 전통 소리꾼으로서 무대에 섰을 때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창작 판소리를 공연할 땐, 내가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이야기를 본 관객이 탄식하거나 “어떡해”라고 반응을 던지면 ‘저 사람이 나의 이야기와 어깨를 붙이고 가고 있구나’ 하고 느껴져서 정말정말 기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두 번째 키워드는 ‘연습’이거든요. 공연예술가로서 공연이 있든 없든 연습을 거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한테 연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자람 @jjjjjam 배터리요. 충전하는 거예요. 연습은 배터리를 충전하고 나오는 겁니다. 살다보면 연습을 한동안 못하는 상황도 생기거든요. 그럴 때 자존감도 낮아지는 경험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연습은 자존감을 충전하는 것이기도 해요.

이다혜 @d_alicante 세 번째 키워드는 ‘고독’입니다. 프런트맨이 된다는 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시에 모든 책임을 지는 한 사람이 된다는 뜻인데요. 압박감이 상당할 것 같거든요. 고독을 다루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자람 @jjjjjam 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요. 그냥 주어진 일을 무사히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음 키워드는 ‘해석’입니다. 판소리 공연 전 작품에 대해서 간단하게 첨언을 하세요. 판소리로 현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심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자람 @jjjjjam 전통 판소리는 고전문학이잖아요. 조선 시대엔 계급이 있었고, 실학과 유학간 관계도 있었어요. 지금과 맞지 않는 게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전통을 배웠고 이 고전문학을 계속 입으로 발화하잖아요. 전통 판소리 자체를 뜯어고칠 용기가 아직 없지만, 잘 전수받은 전통을 무대에 올리면서 소리꾼 이자람으로서 “저는 이 고전 예술을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해석으로 부르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섯 번째 키워드는 ‘몰입’입니다. 여러 역할을 넘나들면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빠르게 그 역할에 집중하는 힘을 얻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자람 @jjjjjam 인물 전환이 될 때 제 안의 어떤 게 순식간에 바뀌는데요. 예를 들어 <노인과 바다> 무대에서 저는 서사자 이자람으로 서 있기도 하고, 노인으로도 서 있거든요. 서사자로 상어 떼가 몰려오는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 노인이 되면, 제 안과 밖이 한꺼번에 변하고 무너질 것 같지만 억지로 서 있는 상태가 돼요. 악보가 저를 그런 상태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이다혜 @d_alicante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자람 @jjjjjam 말하면 안되는데…. 여기 <씨네21>이잖아요. (웃음) 판소리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무엇이 됐든 열심히 돕고 싶어요. 판소리의 외피인 대단한 기술이나 고통, 한, 이런 거 말고 판소리하는 교복을 입은 누군가의 이야기, 21세기에 판소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요.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뭐라도 할 거예요.

배동미의 책갈피

이자람 작가의 작업실 풍경은? 정자세로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 두리번거립니다.

책에 공연을 하면서 다닌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이자람 작가가 꼽은 지금 이 계절에 여행하기 좋은 도시는?

어떤 계절이든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를 얘기하고 싶어요. 거기는, 길에 아무도 없다가도 연극 시각이 되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코트를 입고 극장 앞으로 모이는 도시예요. 그만큼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입니다.

봄을 맞아 요즘 가장 빠져 있는 식재료는? 아스파라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