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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다큐멘터리 '스케치북' 출연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상진과 이현민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22-05-05

매일의 도전과 즐거움 속에서

눈앞에서 그림을 쓱쓱 그려나가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다. 그런데 그 사람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라면 존경과 호기심이 더해진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그림을 잘 그려요?”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질문, 그리고 이 질문의 종착역은 “어떻게 하면 디즈니에서 일할 수 있어요?”다. 4월27일 디즈니+가 공개한 새 시리즈 <스케치북>은 6명의 디즈니 아티스트들이 디즈니 캐릭터를 그리고, 어떻게 디즈니에서 일하게 됐는지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첫 시즌에 출연한 6명의 아티스트 중 김상진과 이현민, 두 한국인 애니메이터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흰 도화지 위에 크기가 다른 동그라미 몇개가 그려진다. 삼각형, 타원이 더해지더니 잠깐 사이 바쁘게 움직인 연필은 눈과 코, 얼굴 윤곽과 머리카락을 그려낸다. 분명 흰 도화지였는데 그 위에 폴짝 뛰어오른 올라프가, 나른한 표정의 라마 쿠스코가,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후크 선장이 완성된다. 디즈니+의 새 시리즈 <스케치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 6명이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흰 도화지 위에 그리는 과정을 담은 인스트럭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2023년 100주년을 앞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는 모든 애니메이션의 시작인 드로잉,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기에 집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스케치북> 첫 시즌에서 다루는 캐릭터로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미라벨도 있다.

<스케치북>의 첫 시즌은 <쿠스코? 쿠스코!>의 라마 쿠스코, <겨울왕국>의 올라프, <피터 팬>의 후크 선장, <알라딘>의 지니,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미라벨, <라이온 킹>의 심바까지, 수십년 동안 전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들을 다룬다. 출연한 디즈니 아티스트들의 직함은 애니메이터, 캐릭터 디자이너, 스토리 아티스트 등 다양하다. 평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이들의 직함이 궁금했다면 이 시리즈를 통해 애니메이터, 스토리 아티스트, 캐릭터 디자이너 등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직함의 역할과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나, 애니메이션 분야로 경력을 희망하는 장래의 애니메이터들이 보면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시리즈이며, 그런 자극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손으로 그리는 행위의 매혹을 발견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는 출연자가 경사진 드로잉 데스크로 다가가 작업대 위에 스케치용 도화지를 끼우는 손놀림으로 시작된다. 백스테이지를 엿보듯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의 그리기 준비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연필, 색연필, 지우개, 클레이 지우개, 연필심을 뾰족하게 혹은 뭉툭하게 만들기 위한 여분의 종이 등 각자 필요한 준비물이 재미있다. 작업대 한쪽에 어머니 사진을 놓으며 “저의 수호천사인 어머니도 오늘 함께하신다”고 말하는 이현민 애니메이터를 다룬 에피소드는 그가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어머니에게 받은 든든한 지원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감동이 있고, 한국에서는 ‘엘사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김상진 애니메이터가 서른 중반에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채용된 이야기는 고무적이다. 두 사람 외에도 개비 카필리 스토리 아티스트, <알라딘>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등 디즈니의 2D애니메이션 시대를 이끌었던 에릭 골드버그 2D 애니메이터 디렉터, 마크 헨 2D 애니메이터, 사만다 빌포트 스토리 아티스트가 다큐멘터리에 참여했다.

아티스트들은 각자가 선택한 도구로 각자가 선택한 캐릭터를 그리면서 왜 이 캐릭터를 그리는지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어린 시절과 디즈니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선호하던 시절 애니메이터가 되겠다고 결심한 개척자부터, 천문학, 해양생물학을 전공했지만 그리기를 놓을 수 없었던 천직 애니메이터들의 이야기나 적록색맹이란 한계에도 애니메이터가 되어 이름을 알린 이야기 등 애니메이터들의 이야기만으로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겨울왕국> 속 올라프.

“틀리면 지우면 돼요.” “연습한 선과 최종적으로 그린 선이 달라도 괜찮아요.” 따스한 조언과 더불어 여섯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캐릭터의 ‘눈’을 가장 진하게 칠하고 강조한다. <스케치북>을 보고 나면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디테일이 선명히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올라프의 팔은 나뭇가지라서 구부러지지 않는데, 눈사람 캐릭터인 올라프가 여름을 예찬하는 노래 를 부르며 상상하는 장면에서 팔이 사람처럼 구부러지도록 표현했다는 말을 듣고 나면, 올라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사람들을 궁금해한다”는 에릭 골드버그 애니메이션 감독의 말처럼, <스케치북>의 다음 시즌에는 누가 어떤 캐릭터를 그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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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