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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디즈니 애니메이터 "캐릭터가 스스로 살아나 숨 쉬었으면"
안현진(LA 통신원) 2022-05-05

- <스케치북> 첫 시즌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나.

=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시리즈를 기획한 분과 단편애니메이션 <페이퍼맨>(2012)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듣고 너무 좋은 기획이라고 응원했는데, 첫 시즌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 시즌에 더 훌륭한 애니메이터들이 나오기를 바라며 잘해보려고 했다.

- 올라프 캐릭터를 골랐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어떤 캐릭터를 그리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고 몇 가지 캐릭터를 고민하다가 그중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며, 행복처럼 내가 좋아하는 가치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 올라프를 골랐다.

-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조심스럽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 (웃음) 간단한 스마일을 그려도 그리는 사람과 닮게 그린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리는 스타일, 선맛, 모양, 캐릭터 그리는 순서도 성격이 반영된다. 그림은 자기의 영혼을 내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이현민 애니메이터의 에피소드를 본 사람이라면 어머니에 대해 물어볼 것 같다. 작업대에 붙인 어머니 사진은 늘 가지고 다니나.

= 어머니의 영정 사진이었는데, 너무 예뻐서 크게 뽑아서 집에 하나 두고 작게 뽑아서 늘 지갑에 지니고 다녔다. 그런데 시리즈 자체의 감독들이 더 퍼스널하고 세심하고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느낌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내 이야기를 듣자 사진을 꺼내자고 했다. 어머니는 나의 지원군이자 힘이었기 때문에 에피소드에 같이 출연하는 느낌이라서 참 좋았다.

- 에피소드 중에 “애니메이터는 자신을 숨겨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작가로서 아티스트로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나.

= 디즈니 밖에서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표현의 욕구를 육아로 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나의 새로운 작품이기도 하니까. (웃음) 애니메이터로서 최대한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한다는 말에는 캐릭터가 스스로 살아나 숨 쉬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

이현민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겨울왕국> 속 올라프.

- 올라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시 개드가 목소리 연기자로 캐스팅 된 뒤에 캐릭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연기자가 캐스팅된 뒤에 애니메이터들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 작업은 공동작업이다. 감독들이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구상하면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모습을 완성하면서 구체화된다. 캐릭터에 따라 다르긴 한데 처음부터 특정 배우를 희망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고,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뒤에 녹음하면서 캐릭터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애니메이터들은 목소리 연기자의 녹음을 수천번 듣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배우의 목소리, 몸짓, 숨 쉬는 리듬까지도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 아이가 생기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게 되는데, 애니메이터 엄마도 예전보다 더 많이 보게 되는지 궁금하다. (웃음)

= 아이가 생겨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그게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일하는 모든 면에 있어서 좀더 다양하고 넓게 보는 눈도 생기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의욕도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나 역시 아이에게 자랑스럽고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아이의 시선을 이해하면서 일하는 자세가 숙연해지고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참 같은 일을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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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