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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원작 웹소설을 쓴 이해날 작가와의 대화
이다혜 정리 배동미 2022-05-25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오늘 게스트는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이하 <어겐마>)의 원작 웹소설을 쓰신 이해날 작가입니다. 이해날 작가 작품 중 2015년에 연재를 시작한 <어겐마>는 검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전문직물의 재미를 잘 살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2부 독점 연재를 했던 카카오페이지에서 소설 <어겐마>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모두 밀리언 페이지에 올랐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해날 @ihaenal 안녕하세요. <어겐마>를 쓴 이해날입니다.

이다혜 @d_alicante 처음 <어겐마> 영상화 판권 문의를 받으셨을 때가 언제이고, 방송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했어요.

이해날 @ihaenal 2016년에 제안을 받았고, 완결이 된 2017년 계약해 2022년 드라마로 나왔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드라마 각본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날 @ihaenal 한철수 감독과 극본을 담당하신 제이, 김율 작가가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분들이 더 나은 재미를 위해 제게 함께할 수 있냐는 제안을 주셨고, 저도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또 배우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16부작 드라마에 10권의 소설을 모두 담기 어렵기 때문에, 원작의 줄기를 바꾸지 않으면서 에피소드를 합치고 변형하는 과정을 같이 고민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소설은 작가가 자기의 목소리를 여러 가지로 바꿔 생각하며 쓴다면, 드라마는 각각의 배우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이야기가 몸을 얻어가는 과정인데,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이해날 @ihaenal 어떤 작가들은 배우를 생각하고 글을 쓰시기도 한다던데 전 특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김희우란 인물은 이준기 배우가 아니면 할 수 없겠구나. 김희우를 연기하기 위해선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연기해야 되는데 이준기 배우는 그게 다 되는 배우입니다. 이준기 배우를 두 번 만난 적 있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스탭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배우의 실제 성격이 정말 좋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99% 가까이 희우만 나오기 때문에, 소화해야 할 대사와 액션이 많아 인상을 찡그릴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준기 배우가 더 찍자고 말한대요. 진짜 프로란 생각을 했고, 정말 팬이 됐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김희우란 주인공을 설정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해날 @ihaenal 악을 처단하는 내용이 <어겐마>의 큰 줄기지만 그 안에 제가 담아내고 싶었던 건 김희우의 성장이었습니다. 김희우라는 격투기선수였던 검사이고, 미래까지 아는 '만렙'이잖아요. 하지만 김희우란 인간 자체는 '만렙'이 아닙니다. 1회차 인생에선 가난한 왕따였고 부모님도 잃게 돼요. 김희우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님을 원망하면서 살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엔 후회 속에서 주변을 살펴볼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거든요. 공부만 했던 것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였습니다. 격투기선수로 뛴 것도 울분을 토해낼 수 있기 때문이고요. 2회차에 들어섰을 때조차 희우는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이용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태섭이란 악을 처단하기 위해 준비했어요. 여전히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박상만이란 캐릭터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 덕분에 인생이 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우는 점차 내적인 성장을 이뤄냅니다. 사람을 믿기도 하고 부탁도 하고 의지하거든요. 그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독자 질문입니다. <어겐마> 속 희우, 희아 등 주인공의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건가요?

이해날 @ihaenal 요즘은 주인공 이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데, 희우, 희아의 이름은 의미를 두고 만들었습니다. 희우의 경우, 1회차 인생이 정말 한숨만 나오잖아요. 그래서 한숨과 비슷한 희우입니다. (웃음) 희아는 1회차 인생에선 재벌가 딸이지만, 재벌을 버리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던 대단한 인물이라 감탄사처럼 희아라 지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웹소설 <어겐마>는 법조계를 배경으로 하는 전문직소설유행을 이끈 작품입니다. 이후에도 검사, 의사 등 전문직 소설을 쓰셨는데, 자료 조사가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거든요.

이해날 @ihaenal 글을 쓰기 전, 해당 직업군에 계신 분을 만나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정치물 <국회의원 이성윤>을 쓰기 전엔 직접 정치인을 만나 국회 시스템을 들었습니다. 국회 식당의 라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이렇게 취재한 내용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특별한 목표와 성격을 가진 주인공을 집어넣습니다. 웬만하면 현직에 있는 분들은 사전에 만나보려고 하는 건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과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겐마>는 검찰이 중심 무대지만 사회의 여러 모습이 쓰여 있거든요. 드라마에서 이순재 선생님이 맡은 경매전문가 우용수란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를 위해 실제 경매전문가를 만났습니다. 경매를 낙찰 받은 뒤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걸 명도라 하는데, 그분 하시는 말씀이 나가야 하는 이들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 처음엔 명도가 힘들고 가장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그런데 “일이 반복되다 보니까 그냥 업무가 됐고, 안타까운 마음보다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인격이 상실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거기에 착안해 소설과 대본에 우용수가 “탐욕의 끝은 인격상실이다”라고 말하는 대사를 썼죠. 작가의 상상만으로 채워넣기 힘든 대사입니다.

이다혜 @d_alicante 전문직 소설이자 회귀물인 <어겐마>를 포함해서 여러 회귀물을 쓰셨습니다. 회귀물이 갖는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해날 @ihaenal 많은 분들이 살면서 후회했던 일들이 있고, ‘미래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바꿀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회귀물은 그런 것에 대한 대리만족인 것 같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대본 작업을 위해서 다시 꼼꼼하게 원고를 읽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내 원고를 다시 보면 객관적으로 보게 되잖아요. <어겐마>에 대해 자평한다면요?

이해날 @ihaenal 부끄러웠고 부러웠습니다. <어겐마>는 제 첫 작품이거든요. 그땐 글 쓰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문체나 구성이 어색하고 딱딱했고요. ‘왜 이렇게 썼지?’ 싶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글을 쓰면서 ‘이렇게 진행하면 지루할 텐데’라는 판단으로 자기 검열을 하는데 <어겐마>는 정말 자유롭게 썼더라고요. 그래서 읽으면서 ‘이때의 이해날은 정말 자유로웠구나, 이렇게 자유롭게 써야 되는데’ 싶었습니다. 주변으로부터 “다시 써보고 싶지 않냐”라는 질문을 받는데요. 다시 쓸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 날 것 같은 자유로움을 지금의 제가 표현하기는 어려워서요. 부러웠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앞으로의 계획과 더불어 드라마 <어겐마>를 보는 분들게 역으로 소설 <어겐마>를 권하는 말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해날 @ihaenal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 싶습니다. 드라마는 16부라 진행이 빠르잖아요. 소설 <어겐마>를 읽으면 각 캐릭터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본방사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배동미의 책갈피

작가로서 작품을 쓸 때 언제 가장 즐거우신가요? 소설을 쓰기 전 기틀을 잡을 때 VS 소설에 몰입해서 열심히 쓸 때 VS 완결을 냈을 때

몰입했을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그때가 제일 재밌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의 댓글은?

<어겐마>를 본 독자가 “딸에게 권해서 같이 보고 있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자신 역시 희우처럼 주변도 보지 못하고 살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 결혼해서 아내와 딸아이가 친구가 됐다.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딸에게 권할 만한 책이 생겨서 감사하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도 힘들 때면 그 쪽지를 찾아 읽고 있습니다.

드라마 <어겐마> 첫 회를 볼 때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을 한다면?

불안했습니다. 마냥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잘 돼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있어서요. 지금은 즐겁고 맘 편히 보고 있습니다. (웃음)

잠시 후 10시부터 드라마 <어겐마>가 방영되는데요. 왠지 답을 알 것 같지만, 스페이스 방송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네, 방송을 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