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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오디션 현장
2002-05-29

“저, 잘했어요?”

김기덕 감독의 신작 <해안선>에 출연할 배우를 찾는 오디션이 지난 5월19일 여의도 MTM에서 열렸다. 오전 남자 조연 순서에 이어 오후에는 여자 주연배우를 물색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해안선>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면 “새벽에 미역 따러 들어갔던 할머니”도 간첩으로 오인사살될 수 있다는 최전방 해안을 배경으로, 미칠 수밖에 없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민간인을 오인사살하고 미치는 군인(장동건)과 애인의 죽음을 목도한 뒤 미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일뿐더러 이미 남자주인공으로 장동건이 캐스팅되어 있어, 주인공 여자는 신인배우로서는 누구나 욕심낼 만한 배역. 오디션은 그만큼 열띠었다. 김기덕 감독, 이승재 LJ필름 대표, LJ필름에서 작품을 할 정지우, 송해성, 조범구 등 다른 감독들과 <해안선>의 주요 스탭 등이 심사를 하는 가운데, 30명 정도의 예비 여배우들이 차례로 단상 앞에 섰다. 감독이 요구한 이날의 연기는 슬픔, 의지, 웃음, 담담함 등 여러 가지 표정연기가 두루 필요한 긴 독백대사 연기와 <해안선>의 2장면 연기. 강제로 키스를 퍼붓는 남자에게 “나 사랑해? 그럼 저 안에 들어가봐” 하며 해안 철책선 앞에서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과 애인이 죽은 걸 확인한 뒤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었다.

“오디션이라는 게 집에서 맘먹고 준비한 것의 5분의 1만 해도 잘하는 거예요. 고생하셨구요,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독백연기 중에는 참가자가 맨끝에 “저, 잘했어요?”라고 묻는 대사가 포함돼 있었는데, 감독은 종종 그 질문에 “아니, 못했어요”(웃음)이라거나 “음, 잘했다기보다는 그냥 귀엽네요” 등 솔직하게 대꾸해, 참가자의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LJ필름은 MTM과 공동으로 김기덕 감독의 다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오디션도 열 예정이다.사진 오계옥·글 최수임

사진설명

1. 긴 가발을 쓰고 격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한 참가자.

2.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일렬로 선 참가자들.

3. 긴장 속에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4. 참가자들의 연기 하나하나에 다양한 반응을 보인 심사위원들.

5. 춤이 특기인 한 참가자는 감독의 요구로 춤 실력을 보이기도.

6. 남자 조연 역 오디션에 참가했던 한 남자배우는 이날 여러 여자참가자들의 상대 연기자 노릇을 했다.

7. 자연스런 자세를 위해서라면 신발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