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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세기의 영웅
2002-05-30

영원한 파이터, 알리의 모든 것

Muhammad Ali-Through the Eyes of the World

2001년, 감독 필 그래브스키 장르 다큐멘터리(유니버설)

마이클 만의 <알리>를 보면 조금 아쉽다. 마이클 만이 잡아낸 알리는 프로입문에서 출발하여, 3년 반의 공백을 이기고 조지 포먼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순간까지다. 마이클 만은, 알리가 세상과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시간을 그려낸다. 이전의 올림픽 우승이라든가, 이후의 세 번째 세계 헤비급 타이틀 탈환 같은 극적인 이야기들은 빠져 있다. 그러나 알리의 경기를 동시대에 만나고 열광했던 사람들은 적어도 마흔이 넘었다. 개인적으로 알리의 경기는, 리온 스핑크스와의 시합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지 포먼과의 자이레 경기, ‘폭주기관차’ 조 프레이저와의 시합은 나중에 자료화면으로 봤다. 마이클 만의 <알리>는, 그의 삶을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심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다큐멘터리 <알리-세기의 영웅>은 알리의 성장기부터, 현재의 모습까지를 일목요연하게 훑어준다. 그의 ‘떠벌림’과 인간적인 면모까지 함께 보여준다.

<알리-세기의 영웅>은 알리의 주변 인물과 역사가, 저널리스트의 인터뷰 그리고 당시의 자료화면으로 엮어진 다큐멘터리다. 빌리 크리스털, 로드 스타이거 같은 할리우드 인사들도 당시 알리를 보며 느꼈던 황홀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알리는 타고난 엔터테이너였고, 권투의 기술을 한 단계 높인 혁명가였다. 초기의 시합에서 알리는 가드가 허술하지만, 상대가 날리는 주먹을 보면서 피해버린다. 그것도 주로 뒤로. 알리는 플라이급 선수처럼 뛰어다니며, 헤비급 선수의 둔중한 주먹을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그 시절의 알리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알리는 ‘I’m the greatest!’라고 외칠 자격이 있다. 심지어 운명까지도 협조한다. 유럽 챔피언 쿠퍼와의 시합에서 방심한 알리는 턱을 정통으로 맞고 링에 누워버린다. 공이 울려 코너에 돌아간 알리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다. 공이 울리면 KO는 뻔한 일이었지만, 알리의 코치는 글러브가 찢어진 것을 발견한다. 새로운 글러브를 가져오는 2분30초 동안 알리는 회복한다. 그리고 승리한다. 영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알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고, 불공정한 것들과 정면으로 싸워 이겼다. 알리는 징집을 거부했지만, 베트남에 파병된 군인들은 알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한때 미국인(백인)들은 알리를 격렬하게 증오했지만, 알리는 결코 굽히지 않고 싸워서 20세기의 영웅이 되었다. 파킨슨병으로 고통받는 알리는 지금도, 굳건하게 싸우고 있다. 싸우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알리가 몸으로 보여준 또 하나의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