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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땀이 가득한 손에 입바람 불어보면
윤덕원(가수) 2022-10-06

9월도 어느새 절반 가까이 지나고 가을이 왔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늦더위가 꽤나 강렬했다. 하루이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가을이구나 하면 다시 덥기 시작하고 이제는 정말 가을이 왔겠지 하면 다시 더위가 찾아왔다. 올해는 다시 켤 일이 없겠지 생각했던 에어컨을 다시 켜면서 이번 주말 공연을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철 지난 건 아닐까 싶은 반바지에다 땀 흘릴 때를 대비해서 티셔츠도 몇벌 더 챙겼다. 하지만 예상을 했음에도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에서 더위를 온전히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잔디밭 위에 쳐진 대기실 천막은 열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틀어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공회전하면서 배기가스를 계속 내뿜기도 영 내키지 않아 풍경을 보면서 그늘에 앉아 있기로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 땀으로 젖는 것은 왠지 일에 최선을 다한 것 같고 뿌듯한 기분도 들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눅눅한 상태가 되는 것은 썩 개운치가 않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땀을 흘렸다면 산책이라도 하고 오든가 뭐라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는 힘든 날에는 뭔가 더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평소에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체온을 떨어뜨리려 노력하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거나… 그래도 돌아보면 이럴 때 나의 의지로 땀을 흘리고 나서 후회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 공연을 하면서도 땀을 흠뻑 쏟았지만 끝나고 나서는 저녁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럴 결심하기까지가 좀 힘들 뿐이라서 그렇지.

하지만 살다보면 원치 않은 땀을 흘리게 될 때가 더 많다. 이를테면 긴장했을 때나 당황하거나 감정적인 동요를 겪었을 때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소위 말하는 멘털이 약한 편인데, 쉽게 놀라고 긴장하며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자리에서 심한 압박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거짓말처럼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땀방울이 굴러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정도로 심하다. 평소에는 조금 격렬하게 움직여도 땀을 잘 흘리지 않는 나이고 보니 땀을 흘리는 것은 나에게 단순히 쾌적하지 않은 정도를 넘는 불편함을 주곤 했다. 어릴 때부터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늘 손이 축축했었다. 책을 보고 있으면 손으로 잡고 있는 페이지가 눅눅해질 만큼 심하다보니 불편함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노래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어설프던 시기에는 그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기타 줄을 자주 갈아야 했고, 연주할 때 실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더 긴장해 땀이 멈추지 않았고 노래와 노래 사이에는 언제나 바지에 손을 닦아야 했다. 지금은 오랜 시간 무대에 서면서 여유도 생겼고, 몇년 전 다한증 수술을 해 손에서 땀이 나는 것을 일부 치료한 상태라 예전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곡 중간에 멘트를 하면서 손을 문지르던 버릇도 사라졌다. 연주를 할 때나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할 때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다.

다한증 수술은 손의 땀샘으로 가는 신경을 일부 제거하는 것이기에 원래 나던 땀의 양은 줄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분량의 땀이 다른 곳에서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보상성 다한증이라고 하며 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흔한 부작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내 경우는 대략 등쪽에서 땀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을 느낀다. 이 정도의 땀이 두손에서 흘러왔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많이 고생했구나 싶다. 땀의 양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는데도 그것이 어딘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가끔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혹시 내가 여전히 느끼고 있는 불안과 걱정을 그저 안 보이는 곳에 잘 감추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미뤄두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닐까?

<> -고래와 정민

더운 바람이 콧등에

땀을 놓을 때쯤

시퍼런 바다가 그리워지네요

차가운 저녁

던져지는 말들이 일렁이네요

땀이 가득한 손에 입바람 불어보면

내 것이었던 게 날아가듯

모든 게 작아 보이게

하늘에 떠있고 싶네요

계절이 보는 건 우리가 아니에요

여기저기 피어난

여름을 닮은 꽃들이

다가온 봄에게 인사하듯

우리 마주한 얼굴에

미소를 나누고 싶네요

땀이 가득한 손에 입바람 불어보면

내 것이었던 게 날아가듯

모든 게 작아 보이게

하늘에 떠있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