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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프리뷰] 자이샨카르 아리아르 감독, ‘그 여자 쉬밤마’
김철홍(평론가) 2022-10-08

<그 여자 쉬밤마> Shivamma

자이샨카르 아리아르 / 인도 / 2022년 / 104분 / 뉴 커런츠

10월08일/19:00/영화의전당 중극장

10월09일/20:00/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13일/17: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

인도 교외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쉬밤마(샤라남마 셰티)는 매일 같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녀가 판매를 맡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 ‘뉴라클’의 효능을 동네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쉬밤마에 따르면 이 약은 만병통치약이다. 당뇨나 탈모를 치료해줄 뿐만 아니라 비만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딸이 선을 보는 자리에서도 쉬밤마는 뉴라클의 홍보를 멈추지 못하는데, 그건 그녀가 깊은 피라미드 판매 구조 속에 몸을 담구고 있기 때문이다. 쉬밤마는 이미 이웃으로부터 꽤 많은 액수의 돈을 빌렸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불안정하지만, 뉴라클 대표의 열정적인 동기부여 강연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결국 쉬밤마가 뉴라클 복용을 권유한 한 이웃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쉬밤마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자이샨카르 아리아르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 여자 쉬밤마>는 중년 여성 쉬밤마의 비정상적인 일상을 통해 인도 사회의 단면을 비춘다. 그러면서 누가 봐도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쉬밤마가 홀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혼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쉬밤마에게 자신의 행동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는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품을 돈으로 교환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일 뿐이다. 카메라는 그런 쉬밤마를 바라보기만 해달라는 듯 아무런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그러자 살아남기 위해 온갖 기교를 부릴 수밖에 없는 중년 여성의 현실이 드러난다. 그렇게 영화는 아직도 완벽히 사라지지 않은 인도의 신분 제도와 여전히 공고한 가부장적 질서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영화 내내 반복해서 울려 퍼지는 뉴라클을 섞는 믹서기 소리는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아픈 사회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