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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TV+ '샨타람’ LA 현지보고, “불가능을 모르는 남자”
안현진(LA 통신원) 2022-10-18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샨타람’

<샨타람>은 할리우드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았던 그레고리 데이비드 로버츠의 소설이다. 2003년 출간되자마자 워너브러더스가 2억달러에 영화화 판권을 샀고 조니 뎁이 주연과 제작에 참여할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여러 부침을 겪으며 20년이 흘러서야 Apple TV+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완성되어 마침내 10월14일 공개된다. <샨타람>은 헤로인중독으로 은행 강도범이 됐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19년형을 선고받은 남자가 백주에 교도소를 탈출한 뒤의 이야기다. 매력적이면서도 혼돈스러운 두 얼굴의 인도를 배경으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샨타람>을 소개한다.

‘평화의 남자’라는 의미의 인도어 ‘샨타람’은 이야기의 주인공 린 포드(찰리 허냄)에게 붙여진 이름이지만, 린 포드조차 그의 진짜 이름은 아니다. 인도 봄베이의 빈민촌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는 벽안의 서양 남자. 그의 본명은 데일 콘티다. 명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긴급의료원으로 일하던 데일이 린 포드라는 이름으로 봄베이에 온 건, 그가 강도 및 살인죄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펜트리지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탈옥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조금씩 과거를 속이고 새롭게 출발하는 봄베이에서 린 역시 새로운 삶을 간절히 바라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위험천만한 일이 계속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위험하기만 하다면 다행이지만 자칫하면 정체가 탄로나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죄를 인정하고 죗값을 받겠다고 호언한 그이지만, 감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원이든 속죄든 살아서 하겠다는 마음으로 인도에 왔다. 그래서일까. 린은 봄베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착한다. 빈민촌의 아픈 사람을 보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게 평온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아름답지만 미스터리한 여자 카를라(안토니아 데스플라)에 대한 사랑으로 위험한 인물 카데르 칸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봄베이에 머무른다.

이국적인 매력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이자, 부정부패가 만연한 도시, 역병으로 마을 사람이 죽어나가는 도시. 여러 수식어를 지닌 도시 봄베이에서 린은 그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도망자라는 불안감은 린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면서 선행을 베풀고,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삶에서 잠시 구원을 얻는 듯하다가도 거짓 위에 쌓아올린 평화의 균형이 아주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질 수 있다는 걸 하루를 마무리하는 끝에 매번 실감한다. 빈민가에 세워진 미로 같은 천막촌 안에서 한시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도망자의 삶에 과연 안식이 찾아올까.

한국 번역본이 무려 1300페이지에 달하는 <샨타람>은 해외에서 초판된 직후인 2003년부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탈옥해 인도에서 선행을 베푸는 이야기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었다는 사실은 할리우드가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이쯤되면 소설의 경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소설의 원작자인 그레고리 데이비드 로버츠와 TV시리즈 <샨타람>의 작가이자 총괄프로듀서, 쇼 러너인 스티브 라이트풋은 로버츠와 린 포드는 다른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하지만 로버츠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년형을 선고받은 죄수고, 탈옥해 인도로 도망쳤던 건 분명한 사실이기에 사람들은 인도에서 펼쳐지는 린 포드의 모험이 사실과 허구 그 가운데 어디쯤에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로버츠는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송환, 재수감되어 형기를 마쳤다.-편집자). 그렇기에 인도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들로부터 이야기의 재미가 피어난다.

일례로 매력적인 카를라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카를라의 룸메이트인 고급 창녀 리사(일렉트라 킬비)를 알게 되는데, 약물중독이었던 리사는 봄베이의 고급 브로델을 운영하는 마담 주에게 붙잡히게 된다. 리사를 구해내는 과정에서 린은 스스로를 미국 외교부 공무원이라고 사칭했다가 마담 주와 인도 경찰의 감시를 받게 되고, 곧 봄베이에서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 빈민촌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그곳의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린 포드의 과거가 <샨타람>에 흥미를 유발하는 유인책이라면, 린 포드가 인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살아 있는 감정이 빚어내는 극적인 사건은 최근 보기 어려웠던 대서사극의 재미를 선사한다. 제작자인 스티브 라이트풋은 20대에 처음 소설 <샨타람>을 접하고, 40대에 프로듀서가 될 때까지 이 프로젝트가 할리우드 안에서 표류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런 그가 <샨타람>을 Apple TV+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면서 맛본 최고의 순간은 원작 소설을 영화가 아닌 TV시리즈로 제작하기로 결정한 순간이다. “언제나 영화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 다행히 지금은 TV시리즈에 대한 야망이 큰 시기라 가능했다. 시즌1은 원작의 4분의 1 정도만 다루었다.”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을 펼칠 캔버스로 TV시리즈가 적합했다는 건 주인공 린 포드를 연기한 찰리 허냄도 동의한다. 실제로 자카르타에서 원작자를 만나 나흘 동안 이야기를 들은 허냄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재미있고 가장 매력적이며 가장 이상한 사람”이라고 로버츠를 묘사했고, 그로부터 받은 인상을 린 포드를 통해 표현하려면 시즌1로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그의 결정이 옳았던 것 같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빛나는 순간을 러닝타임에 맞췄다면 아마도 한없이 모자랐을 것이다. 주인공의 서사를 충분히 따라가기 위해서, 불가능한 게 없는 봄베이의 매력을 그려내기 위해서 <샨타람>은 단연 시리즈 포맷이 가장 적합하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구원을 향해 간절하게 달려가는 인간을 그린 <샨타람>을 두고, 찰리 허냄과 스티브 라이트풋 모두 “이것은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 어떤 것보다 결국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샨타람>은 지금은 보기 힘든 순수한 낭만과 모험이 담긴 작품이다. 1980년대 봄베이에서 출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다음 시즌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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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Apple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