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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과의 대화
이다혜 남선우 2022-10-28

26년간의 질문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83464496265588736)

이다혜 @d_alicante 양영희 감독님은 그동안 재일 코리안 부모,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간 세 오빠 이야기를 영화로 다뤄왔습니다. 전작 다큐멘터리 <굿바이, 평양>에 ‘굿바이’라는 표현을 쓰셨고, 다음으로 <가족의 나라>라는 극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다시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셨다는 소식에 놀랐습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라는 제목도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과 분위기가 다르고요.

양영희 @yangyonghi 어머니가 옛날부터 국물 없이 밥을 먹으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샌드위치를 먹을 때조차 서양식 수프를 같이 먹어야 된다셨죠. 어머니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기에 꼭 국물, 수프라는 말을 제목에 넣고 싶었는데 어느 나라에서도 잘 읽힐 수 있게 ‘수프’를 쓰게 됐네요. 수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이데올로기’를 그 옆에 붙여보고 싶었고요.

이다혜 @d_alicante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에 확신을 갖게 되셨나요?

양영희 @yangyonghi 영화에 남편 카오루와 어머니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마늘을 까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 4·3의 증언이나 극적인 대사는 없어요.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데도 감동을 받았어요. 생각, 이데올로기,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음식을 위해 사이좋게 공존하는 이 장면이 작품의 핵심이라 느꼈어요.

이다혜 @d_alicante 남편과 새로운 가족을 꾸리면서 기존 가족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된 점도 있을까요?

양영희 @yangyonghi 남편을 관찰하다보면 제 아버지를 해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두 사람 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요. 제가 커피 한잔을 줘도, 음식 한번을 해도 과도하게 칭찬합니다. 그럼 기분이 좋아지면서 ‘어머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하는 아버지에게 잘해준 걸까?’ 생각합니다. (웃음) 어머니와 남편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겸손해진 것도 같아요. 남편은 제 어머니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어머니도 새로운 가족, 그것도 일본인인 남편에게 새삼 구체적으로 당신 인생을 설명해주셨고요. 그걸 들으며 어머니를 다 안다고 착각해왔구나, 교만해지면 안되겠다 느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가족의 이야기를 꾸준히 카메라에 담아오셨는데, 부모님 또는 북한에 있는 다른 가족과 사전에 상의하고 촬영을 고지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돌발적으로 카메라를 켜신 건가요?

양영희 @yangyonghi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조건반사 능력이 항상 시험받는 것 같아요. 지금 카메라를 꺼내도 되는지 안되는지 순식간에 판단해야 해요. 26년간 제 카메라를 받아들여준 우리 가족이 대단한 거죠. 저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리스크를 지게 하면서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제 선택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만들 때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을 만들 때보다 각오를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각오라는 것이 잔인해요.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망일 테니까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피해가 간다고 해도 영화를 계속할지 26년간 자문자답해왔어요. 그런 잔인한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분이 듣고 계십니다.

이다혜 @d_alicante 이번 영화에서 어머니가 어린 시절 제주에서 4·3을 겪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양영희 @yangyonghi 어머니의 10대 시절 사진이 한장도 남아 있지 않아요. 폭격을 피해 밀항선을 타고 제주도로 건너갔기 때문에 사진을 관리할 수 없었겠죠. 그러니 어머니 인생을 그리자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자고 남편과 어머니가 처음 만난 날 결심했어요. 그때 어머니 인생의 한 표현을 애니메이션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움직임이 너무 매끄럽지 않은 느낌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으면 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그렇다면 긴 시간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이제 촬영은 끝났다’, ‘이제 편집은 끝났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감독님께 어떻게 찾아오는지도 궁금합니다.

양영희 @yangyonghi <디어 평양>도 <수프와 이데올로기>도 편집에 들어가고서도 계속 찍었어요. 편집을 시작했지만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족을 만나러 갈 때마다 카메라를 챙긴 거죠. 그럼에도 이걸로 끝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음 작품으로 가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남선우의 책갈피

-감독님 어머니께서 백숙을 맛있게 끓이신다는 걸 영화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은 어떤 요리에 자신 있으신가요?

=봉골레 파스타를 아주 잘합니다! 친구들에게도 칭찬을 많이 받아요.

-영화에 음식을 나눠먹는 일만큼이나 반복되는 것이 어머니의 노래를 듣는 장면이에요. 감독님도 평소에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세요?

=저와 남편 모두 취하면 노래를 부르는 편입니다. 힘들 땐 요리하면서 BTS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밥 먹을 때는 재즈와 클래식을 듣습니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단체 티셔츠는 누구 아이디어였나요?

=일본 영화관에서는 티셔츠를 영화 굿즈로 많이 팔아요. 저희는 팸플릿만 완성도 있게 준비했는데, 티셔츠도 만들어달라는 관객 문의가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의 애니메이션을 맡은 고시다 미카 작가에게 디자인을 부탁해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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