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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JTBC ‘사랑의 이해’

여느 드라마처럼 JTBC <사랑의 이해>도 메인 주인공 두 사람을 엮어 부르는 애칭이 있다.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하상수 계장(유연석)과 안수영 주임(문가영)의 이름자를 따서 ‘수수커플’이라 한다. 커플의 정의는 짝이 되는 한쌍, 연인 사이를 뜻하는데, 이들은 드라마 절반인 8회가 되도록 사귀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공식화하려던 약속 장소 앞에서 상수는 망설였고, 수영이 그 망설임을 목격하면서 어긋난 후, 각자 다른 연인과 만나는 상태이며 앞으로도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될 것 같지 않다.

신분증 줄 색으로 구별되는 정규직과 계약직, 집안 형편과 처지가 달라 갈등하는 둘만의 이야기라면, 사랑은 격차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상수보다 직급도 높고 경제적으로 훨씬 윤택한 박미경 대리(금새록)가 상수에게 직진하고, 계약직조차 아닌 용역 경비원 정종현(정가람)이 동경하는 수영에게 고백하며 위아래로 더해진 관계에선 이들의 처지를 가늠하는 좌표가 부정할 수 없이 구체화되고, 좋아하는 마음은 격차의 해상도를 높인다. 사내 연애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둘만의 야근은 관계가 진전되는 이벤트인데, 고객 배포용 은행 달력을 포장하는 일로 밤을 새우던 상수와 수영의 따스한 무드 끝에 또 다른 야근을 나란히 놓아보게 된다. 은행 앱 개선안을 준비하던 상수와 미경의 야근처럼 조직의 평가와 성과로 돌아오는 일이 주어지지 않는 수영의 위치, 갈증과 불만족이 종이에 손을 베이듯 쓰리다. 이 드라마에서 사랑은 마취제가 아닌 각성제다.

“눈앞에 있다”(상수), “가질 수도 있었던 사람이”(수영). 둘의 내레이션에 여기 시청자 1인이 가슴을 친다. 기회를 달라고. 끝이 어디든 가보는 선택을 하지 못한 둘의 관계가 불만족을 해소하고 미련을 털어낼 수 있는, 헤어질 기회를.

CHECK POINT

이혁진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은 사랑의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간사한 마음을 낱낱이 기록한다. 좋으면서도 좋기만 하지 않은 복잡한 속마음을 아릿한 한숨과 괜찮다는 미소로 영상화하는 드라마에서 소설과 다른 맛으로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종현과 헤어지지 않으려 창고로 쓰던 작은 옷방을 내준 수영은 옷방의 짐을 허브 화분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베란다로 옮긴다. 더는 혼자만의 아늑한 쉼터가 아닌 공간, 침대 옆에 옷걸이 행거를 둔 심란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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