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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피지컬: 100’

“인간의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자다가도 근육을 삐끗하는 허약한 현대인에게 넷플릭스 예능<피지컬: 100>은 압도적으로 매혹적인 세계다. 국가대표급 엘리트 스포츠인부터 특수부대원, 격투기 선수, 댄서, 유튜버, 자동차 딜러까지 다양한 경력을 지녔으나 신체 능력만큼은 자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100명이 모여 상금 3억원을 걸고 경쟁한다. <오징어 게임>과 스트롱맨 대회 사이 어디쯤 있는 듯한 이 프로그램은, 몸은 오직 진짜만을 보여준다는 전제를 트릭 삼아 각본 없는(것처럼 보이는) 드라마를 펼친다. 근육질의 거구의 남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160cm, 53kg의 체조 선수 양학선의 ‘힘’을 기대할 수 없던 관중은, 그가 첫 번째 퀘스트인 오래 매달리기에서 마지막까지 활약하는 모습에 ‘힘’의 정의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양학선을 응원하게 된다. 자신보다 체격이 1.5배는 큰 럭비 선수 장성민에게 바깥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씨름 선수 박민지의 승부수, 여성이 많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던 레슬링 선수 장은실팀이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는 팀 미션 등 <피지컬: 100>이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방식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체급이 낮은 사람, 약자, 노장 등이 승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대체로 품위 있는 경쟁의 드라마를 통해 용기와 관용, 협동과 연대의 가치를 보여준다. VCR과 스튜디오 패널 토크에 의존하는 예능의 관성을 따르는 대신 지금 펼쳐지는 승부에 집중하게 하는 구성, 출연자들이 현재의 공간을 벗어난 적 없어 보이도록 불필요한 과정을 깔끔하게 압축한 편집은 이들을 일종의 게임 속 플레이어 캐릭터처럼 보이게 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가장 궁금한 승부의 순간마다 한회의 막을 내리며 얄밉게 뜨는 이름, ‘기획&연출 장호기’에 확실하게 낚였음을 인정한다.

CHECK POINT

운동 유튜버 심으뜸이 이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기존 인지도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거라 기대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자신의 토르소와 모래주머니를 더해 체중의 40%를 버텨야 하는 패자부활전에서 심으뜸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살아남는다. 이는 물론 상대적으로 체중이 가벼운 편인 그에게 유리한 퀘스트이기도 했지만 무게중심을 정확히 고려한 안정된 자세와 흔들림 없이 강인한 태도는 뛰어난 ‘피지컬’이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