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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샤퍼’ 벤자민 카론 감독, “의도적으로 장르를 숨겼다”
안현진(LA 통신원) 2023-02-21

- 캐릭터와 이야기가 모두 매력적이다.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감독으로서 어떤 점이 흥미로웠는지 궁금하다.

= 첫 페이지를 읽으며 시작된 두근거림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샤퍼>는 캐릭터 중심의 재밌고 영리하고 섹시한 이야기다. 코믹한데 스릴러의 뼈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좋았다. 나는 오랫동안 그런 이야기를 찾아왔다.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의 정치가 어떻게 반전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 이야기도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어낸 배우들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줄리앤 무어와 브리아나 미들턴, 두 배우가 인상적이다.

=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사의 비극, 역설, 모순 등은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그토록 생생하게 꺼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줄리앤 무어는 완벽한 전문성과 열정으로 매들린이라는 사기꾼을 연기했다. 줄리앤 무어는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해서 내가 감독으로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매들린 역으로 캐스팅되어 있었다. 그러니 내가 줄리앤을 캐스팅했다기보다는 줄리앤이 나를 고용했다고 하는 게 맞다. (웃음) 샌드라 역할은 특히 캐스팅에 고민이 많았는데, 되도록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원했다. 샌드라는 여러 가지 얼굴과 감정을 보여줘야 하고 도덕적으로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디션에서 브리아나를 봤을 때 드디어 샌드라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브리아나는 샌드라의 감정을 잘 이해했고 진심 어린 열정을 보여줬다.

- 영화의 분위기가 일반적인 하이스트 장르와 사뭇 다르다. 강렬하게 이야기가 쏟아지기보다 차분하고 고요한 무드가 이어진다.

= 처음엔 의도적으로 장르를 숨겼다. 특히 첫 번째 챕터인 ‘톰’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서점에서 남녀가 만나는 이야기라니. <노팅 힐>이 떠오르지 않나. 첫 번째 챕터는 현실로부터 도망친 톰(저스티스 스미스)을 샌드라가 현실로 끌어내기 위한 설정이었다. 사기극과 어울리지 않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색채가 첫 번째 챕터를 차지하는 것은 계산된 연출이었다. 영화는 사계절을 그리고 있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톰의 챕터는 봄이고, 둘 사이의 관계는 여름이 되면서 변한다. 가을은 매들린의 계절이며 겨울에는 결말을 맞이한다.

- 이 영화가 각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은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 맞다.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 중 각본에서 지정된 음악은 없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영화에 쓰일 음악을 고르는 데 고민이 많았다. 맥스(세바스티안 스탄)의 등장 장면과 매들린과 맥스가 펍에서 춤추는 장면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 나중에 편집자가 두 장면에서 영화가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다고 말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 순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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