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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전생’ 셀린 송 감독,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전생> 셀린 송 감독 인터뷰

ⒸMATTHEW DUNIVAN

- 이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게 많을 것 같다. <전생>을 만들면서 내적으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을 찾은 것 같다. 여기가(영화를 찍는 게) 내 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내가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매 순간 한계에 도달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었다. 내가 정해놓은 한계보다 언제나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나는 더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 한계에 부딪혔을 때 힘들거나 좌절하진 않았는가.

=그렇지 않았다. ‘이건 그냥 영화일 뿐인데’라고 생각했다. 좌절보다는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럴수록 더 하고 싶어지고 재미있었다. 내가 매일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은 진짜 나를 만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끝을 보고 넘어서고, 그런 다음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스탭과 배우들이 나를 믿게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 나의 첫 영화라 스탭들이 나를 믿을 이유가 없었다. 시나리오 하나만 믿고 온 사람들이었다. 매일매일 그들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즐거웠다.

- 영화에서 전생과 인연이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전생은 ‘지나간 삶’이라는 은유적인 의미도 있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삶이라는 진짜 의미도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시기도 일종의 전생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무엇을 두고 오면 그것을 지나간 삶(전생)이라고 느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전생의 다층적인 의미를 영화에서 표현했다. 그리고 ‘인연’은 한국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느낀다.

<전생>

- 대사 중에서 한국적인 것과 미국적인 것이 섞여 나올 때 관객이 빵 터졌다.

=형용하기 어려운 것을 표현하는 게 시네마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꼭 집어 이야기하기보다 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한국어도 할 수 있지만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내가 캐나다계 미국인처럼 느껴지고, 미국계 캐나다인과 대면할 때는 내가 정말 한국인이라고 느껴진다.

-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긴 시퀀스를 통해 전달하려는 바가 있었을 것 같다.

=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걷는 장면을 구상할 때 타임라인을 설정했다. 언제나 현재로 묘사하고 있지만 한번은 과거로 간다. 해성이를 노라가 데려다준다. 거기서 우버를 기다린다. 그다음 우버가 오면 우버가 해성을 데리고 과거로 가고 현재와 미래로 걸어간다. 영화 속 걷는 신들은 이를 위해 짜여졌다. 마지막에 해성이가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즉 해성이도 미래로 가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