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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플레인’ 관람 전에 알고보면 좋을 다섯 가지 포인트
김수영 2023-03-10

1. 비행기 추락은 시작에 불과했다

플레인, 영화의 핵심 키워드를 그대로 붙인 제목 스타일은 영화 스타일과 닮아 있다. 명료한 서사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플레인>은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액션 스릴러다. 안전띠를 단단히 매고 올라탄 롤러코스터처럼 <플레인>은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긴박감과 쾌감을 단계별로 제공한다. 획기적이진 않지만 액션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다. 토렌스가 조종하는 트레일블레이저 119기는 이륙하자마자 악화된 기상 상황에 직면한다. 급기야 폭풍에 휩싸이고 벼락을 맞아 동력을 잃은 비행기는 크게 흔들리다 추락한다. <플레인>이라는 제목에서 <에어 포스 원>처럼 기내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떠올렸을 수도 있겠지만 기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영화 초반 30분에 불과하다. “비행기 추락은 시작에 불과했다”라는 포스터 문구처럼 비행기 추락은 토렌스와 승객들에게 펼쳐질 사건의 원인이자 배경일 뿐이다.

2. 클래식한 액션영화의 매력

제라드 버틀러가 액션 히어로의 자리를 다진다. <분노의 추격자> <그린랜드> <엔젤 해즈 폴른> <헌터 킬러> <300> 등 수많은 액션영화에 출연하는 동시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제라드 버틀러가 위험 지역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파일럿으로 돌아왔다. 제라드 버틀러는 <무비웹>과의 인터뷰에서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파일럿과 함께 폭풍을 헤쳐나가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서바이벌영화이자 드라마, 스릴러 등 다양한 요소가 있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다이 하드>처럼 느껴져 흥미로웠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며 출연과 제작을 겸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여러 번 액션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혔는데 폭발, 추락, 총격 장면을 배경으로 얼굴이 도드라지게 구성된 포스터들만 나열해봐도 그가 고전적인 액션 스릴러 장르에 가진 애정이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맞서 육탄전과 총격을 마다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플레인>에는 멀티버스나 SF 요소를 차용한 최근의 액션 스릴러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마크 버턴 프로듀서 역시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이 히어로물의 틈새시장”이라며 “두 시간 동안 당신이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분노의 13번가>(감독 존 카펜터, 1976)의 리메이크작 <어썰트 13>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장 프랑수아 리셰 감독 역시 이 장르에 오래전부터 매혹된 사람이다. 그는 “<플레인>이 불가항력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그의 전작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블러드 파더> <비독: 파리의 황제>를 통칭하는 설명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모든 일이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로 인해 벌어진다는 거다.

3. 실제 같은 박진감을 구현하다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추락 이후까지 이어지는 첩첩산중의 액션 장면을 구상하고 연출할 때 리셰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현실성이었다. “관객이 실제로 토렌스와 함께 비행기 조종석에 있기도 하고, 정글에 있기도 해야 했다.” 액션으로 빚어지는 긴장감뿐 아니라 관객에게 상황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자 했다. 조종실에서부터 객실 끝까지 활주하는 카메라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선 실제 비행기 내부가 필요했다. <플레인>의 촬영지인 푸에르토리코에서 폐기 직전의 비행기를 찾아냈고, 거대한 짐벌 위에 비행기 내부를 만들었다. 난기류 속의 격렬한 움직임과 추락 장면은 그 안에서 촬영됐다. 관객의 몰입을 위해 사운드에도 공을 들였다.

추락 이후 토렌스가 처음 괴한을 맞닥뜨린 장면 역시 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탭들이 머리를 맞댔다. 통신시설을 찾으러 간 토렌스는 한 폐건물에서 습격을 당한다. 2분 동안 강렬한 육박전이 벌어지는데 서로 힘껏 밀치고 번갈아 바닥에 내리꽂히는 이 싸움 장면은 원테이크로 촬영됐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여러 번의 리허설 끝에 완성됐다. 토렌스가 살아남기 위해 맨몸으로 사투를 벌이며 느끼는 긴박감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날것의 박진감을 스크린에 담는 데에는 배우들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했다. 실제 특수부대 출신의 배우들이 역할을 맡은 것이다. 실종된 비행기 추적에 나선 용병 쉘백(레미 아델레크)과 짐 레이크(페트 스코벨)는 전직 해군으로 실제 전투 경험이 있다. 무장단체 무리의 리더인 다투 준마를 연기한 에반 데인 테일러는 수많은 경력의 스턴트맨이자 싸움 코디네이터다. 거칠게 운전하거나 무기 다루는 일에 익숙한 에반 데인 테일러는 제작진이 원하는 박진감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그는 1세대 필리핀계 미국인인 어머니에게 영화에 나오는 타갈로그어까지 배워 다투 준마로 변신했다.

4. 미스터리한 공조

추락 이후, 승무원과 승객들을 한층 불안하게 만드는 건 수갑을 차고 있는 범죄자 가스파레다. 15년 전 살인죄로 수감된 가스파레는 비행기가 추락할 때도, 낯선 곳에 떨어져 승무원과 승객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도 한 걸음 떨어져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찰자다. 그는 전직 프랑스 외인부대의 일원으로 전투 경험이 있고 총을 다룰 줄도 안다. 추락 이후 가스파레는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모두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토렌스와 함께 외부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불분명한 동기가 극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미스터리를 만들어나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스파레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토렌스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두 사람의 공조도 영화의 주요한 재미 요소다. 마블 시리즈의 최초 흑인 슈퍼히어로 <루크 케이지>의 주연으로 알려진 마이크 콜터가 가스파레 역을 맡아 토렌스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5.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The Man Between> 등 20권 넘는 스파이 소설을 집필한 찰스 커밍은 영화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찰스 커밍은 가족과 휴가를 떠난 길에 들른 후르가다 국제공항에서 ‘만약 내가 탄 비행기가 테러리스트가 있는 지역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아이디어가 <플레인>의 시작이 됐다. 찰스 커밍은 각본가 J. P. 데이비스와 함께 <플레인>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그의 아이디어를 전해 듣고 테러리스트를 조사하던 프로듀서들은 언론에 자주 조명되지 않은 필리핀 남부의 홀로섬을 떠올렸다. 3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화산섬인 홀로섬은 이슬람 반군단체 아부 사야프로 추정되는 무장단체의 거점 중 하나로 폭격, 납치 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국제사회에서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아부 사야프는 몸값을 노리고 외국인 납치를 일삼는 세력으로 필리핀 정부는 홀로섬에서 발생한 2021년 7월 군용기 추락 사고, 2020년 8월 마을 폭탄 테러, 2019년 1월 성당 폭탄 사건 등의 배후로 아부 사야프를 지목하고 있다. 마크 버턴 프로듀서는 “거기엔 규칙이 없다. 여전히 테러 집단이 존재하고 필리핀 정부는 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이곳이야말로 대중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장소”라고 말했다. J. P. 데이비스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홀로섬의 빌런은 이전에도 있었고 다른 곳에도 있다. 이는 끝나지 않는 갈등이자 내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화 속에서 이 갈등과 내전은 오로지 액션 스릴러의 요소로만 드러난다. 정의로운 미국 용병이 사악한 악당을 무찌르는 전형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복잡한 현지 상황에 비해 단순하게 묘사된 부분이 있다. 촬영은 홀로섬이 아니라 <수리남>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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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누리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