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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장화, 홍련' 20주년… 임수정과 문근영을 다시 만나다
임수연 2023-04-13

2003년은 한국영화의 화양연화였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올드보이>의 박찬욱, <장화, 홍련>의 김지운,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등 상업적 감각을 갖춘 작가 감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영화 객석 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최초의 천만 영화도 탄생했다. 특히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1위(관객수 314만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자리를 20년째 유지하고 있는 <장화, 홍련>의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개봉 당시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입소문과 함께 흥행에 성공한 <장화, 홍련>은 일본, 태국과는 다른 감성을 품은 한국 호러영화만의 계보를 탄생시켰고, 이후 많은 장르영화가 포스트 <장화, 홍련>을 꿈꾸며 수미와 수연 자매의 애상적 이미지를 본보기 삼았다. 오히려 개봉 당시보다 비평적인 성취도 격상했다. 도전적인 제작자들은 신선한 얼굴이 주연을 맡은 공포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임수정문근영은 <장화, 홍련>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말간 얼굴로 내밀한 슬픔을 표현했던 두 배우는 이후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두 배우는 각자의 위치에서 삶과 연기를 어떻게 공존시킬지 고민하며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씨네21>이 창간 28주년을 맞아 <장화, 홍련>의 임수정, 문근영에게 만남을 청했다. 두 배우는 <장화, 홍련> 이후 거의 만난 적이 없어 이번 대담이 무척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자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20년 전 수미, 수연 자매로 돌아간 두 사람은 공백이 무색하게 긴 수다를 떨었다. 배우의 요청으로 사진 촬영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바른손이앤에이에서 제공한 미공개 스틸로 <장화, 홍련>의 스산한 공기를 다시 소환해보았다.

- 두분이 이렇게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들었어요.

임수정 벌써 20년이 흘렀는데 우리가 <장화, 홍련> 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래도 같이 얘기를 나누다보면 떠오를 것 같아. 그런데 근영이는 왜 하나도 안 변했지?

문근영 언니도 그대로인데….

임수정 지금 근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혹시 우는 건 아니지? 왜 그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는데, 혹시 촬영 들어갔어?

문근영 아직 준비 중이야. 언니는 <거미집> 촬영했지?

임수정 응, 김지운 감독님이랑 정말 오랜만에 함께 작품을 했어. (송)강호 선배님이 1970년대 영화감독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그 감독이 촬영하는 작품의 배우들로 나와. 영화 속 영화인 거지. 강호 선배님이 근영이 얘기도 했어. <사도> 때 식사하고 술도 마셨다고.

문근영 뭐, 맨날 마셨지. (웃음)

임수정 나도 강호 선배님이랑 자주 마셨는데, 그때 근영이가 여자배우들 중에서 술을 제일 잘 마신다면서 너무 예뻐하는 거야.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나도 한잔해야겠다고 했어. <장화, 홍련> 때는 근영이가 미성년자라서 그럴 수 없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서로 활동이 바빠서 만날 수가 없었잖아. 그래도 20대 초중반까지는 안부를 서로 물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기사로 소식을 접하거나 건너건너 함께했던 배우들에게 얘기를 들었어. 그런데 그렇게 근황을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

- 아까 먼저 도착한 문근영 배우와 담소를 나눌 때 <살인의 추억>팀이 시시때때로 현장에 놀러왔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임수정 “저쪽 현장에는 여배우들이 3명이나 있대! 여기는 너무 칙칙하지 않아? 한번 놀러 갈까?” 그래서 <장화, 홍련> 현장에 쓱 왔더니 그날따라 김갑수 선배님 혼자 고즈넉이 찍는 촬영이었던 거예요. 그러면 강호 선배님이 “애들은 어디 갔어?”라고 묻고…. (웃음) 가끔 그때 기억이 나시는지 사석이나 영화 시사회 뒤풀이에서 몇년에 한번씩 텀을 두고 얘기하세요.

문근영 <사도> 때는 그 얘기를 따로 하신 적은 없어요. 워낙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그 밖에도 할 얘기가 쏟아졌거든요. 그때는 거의 MT 간 것처럼 술을 마셨던 것 같아요.

임수정 그리고 김지운 감독님은 예전이랑 똑~같으세요. (웃음) 근영이는 알지? 좋다 싫다 말도 없고 오케이도 시원하게 안 하시고 그냥 모니터 앞에 시크하게 앉아 계셔서 우리가 눈치를 봤었잖아. 그러면 (염)정아 언니가 감독님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애들 잘했잖아~! 칭찬 좀 해줘~”라고 다그치고. (웃음) 저는 연기 기술도 별로 없고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를 때 오디션을 보고 수미 역을 맡게 됐거든요. 너무 불안했지만 감독님이 영 아닌 연기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임했어요. 그런데 근영이는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롤링! 액션!” 하면 바로 눈물을 쏟아내는 거예요. “네가 그렇게 연기하면 나는 어떡해!”라고 절망하며 초조해했죠. (웃음) 지금도 감독님은 배우들 있을 때 표현을 잘 안 해요. <거미집>에는 두명의 수정이가 나오거든요. 저 말고 다른 수정이(정수정)는 감독님과 첫 작업이라 가끔 불안해하더라고요. “언니, 제가 제대로 한 걸까요?” 그러면 제가 “응, 저 정도면 굉장히 좋아하시는 거야~”라고 하며 안심시키죠. 그러다 배우들이 빠지고 스크립터, 조감독, 편집기사와 있을 때만 모니터를 보면서 감독님 혼자 킥킥킥 웃는대요.

*이어지는 기사에서 배우 임수정, 문근영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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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