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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기공룡 둘리’ 트리비아
신두영 2023-05-25

둘리는 40년 전에 탄생했다. 1983년 4월22일, 월간 만화 잡지 <보물섬>에 첫 연재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둘리는 이제 불혹의 어른 공룡일까. 사람의 나이를 둘리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공룡의 수명은 얼마일까. 만약 수명이 500살이라면 아직 둘리는 어른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전에 둘리가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부터 알아야 할까. 아기 공룡 둘리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1.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아들이 케라토사우루스?

둘리가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는 잘 알려져 있다. 원작자 김수정 만화가는 “케라토사우루스를 모티브로 둘리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케라토사우루스는 쥐라기 후기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수각류 공룡이다. 이 종의 특징은 뿔이 있다는 것이다. 둘리의 코라고 생각했던 하얀색 부분이 사실은 뿔이다. 이는 <보물섬>에 연재된 만화에서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이후 1987년 KBS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뿔이 아니라 코처럼 보이게 바뀌었다.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2004년 방영된 KBS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다룬 내용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둘리 엄마로 등장한 공룡이 브라키오사우루스였다. 엄마는 초식공룡이고 아들은 육식공룡인 셈이다. 이 방송에 출연한 김수정 작가는 “둘리가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건 아니고 작가의 착각으로 둘리와 엄마가 다른 종이 됐다”라고 말하며 설정의 오류를 인정했다.

2. 주민등록증과 호적등본

둘리는 2003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적이 있다. 주소는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1동 412-3번지 둘리의 거리다. 이때 부여받은 둘리의 생년월일이 앞서 언급한 적 있는 <보물섬>의 첫 연재날짜인 1983년 4월22일이다. 그래서 이날이 법적인 둘리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둘리는 2007년 서울시 도봉구에서 호적등본을 발급받는다. 쌍문동 2번지 2에서 출생한 고길동의 양자로 입양된 것이다. 호적등본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에 못 이겨” 고길동은 둘리를 양자로 입양했으나 “고길동과 둘리, 모두 원하지 않는 일이라 그냥 계속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합의봤다”라고 한다.

3. 둘리 테마 박물관이 있다고?

도봉구가 둘리의 호적까지 파게 된 이유는 둘리뮤지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둘리뮤지엄은 2015년 7월에 개관한 공립 박물관이다. 소재지는 도봉구 쌍문동(시루봉로 1길 6)으로 <아기공룡 둘리>를 주제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시 및 체험형 복합공간이다. 유령버스라는 4DX 체험 어트랙션이 특히 인기다. 지하에는 상설전시장과 상영관, 2층에는 마이콜 뮤직스테이션, ‘김파마의 집’이라는 김수정 작가의 작업실 형태의 전시공간, 3층에는 소인국 표류기를 테마로 한 드림스테이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4. 최초! 최초! 최초!

둘리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둘리 캐릭터 우표가 발행된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작한 최초의 캐릭터 우표다.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만화 캐릭터가 유엔아동기금(UNICEF) 후견인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캐릭터 뮤지컬 공연이 열렸다. 이미 언급한 주민등록증, 호적등본도 만화 캐릭터 최초였으며, 둘리뮤지엄도 단일 캐릭터로 만든 최초의 박물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둘리가 국내 최초로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해 <검정고무신>의 작가 이우영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영이는 둘리와 다른 운명을 걸었다고 봐도 될까. 김수정 작가는 1995년 ‘둘리나라’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캐릭터 관리 및 라이선싱 사업을 펼치고 있다.

5. 둘리의 재탄생

박물관이 생길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 둘리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터넷 밈(Meme)의 형태들도 다수 포함한 것들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라는 식의 표현도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엉덩국이라는 웹툰 작가는 <아기공룡 둘리>의 패러디 만화를 2019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했다. “선 넘네”라는 대사가 널리 알려지게 된 이 작품은 이름 모를 수많은 네티즌 창작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재해석돼 패러디의 패러디 형태로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둘리 기반의 2차 창작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은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 만화가의 초기 단편 <공룡 둘리>다. 성인이 된 둘리를 주인공으로 매우 사실적인(암울한) 묘사가 이뤄져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원작자인 김수정 작가는 <공룡 둘리>가 수록된 단편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의 추천사를 통해 “최규석씨의 <공룡 둘리>는 단 한번의 예외다”라고 그의 작품을 인정했다.

6. 애니메이션 말고 만화

원작 만화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1993년까지 10년간 <보물섬>에 연재됐다. 사실 첫 연재는 대타였다. 고 길창덕 선생의 작품이 건강 문제로 빠지면서 <아기공룡 둘리>가 들어가게 됐다. 김수정 작가는 2013년 둘리가 30살이 됐을 때 <뽀롱뽀롱 뽀로로>의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와 진행한 한 언론사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하나라는 형이 있고, 둘 이(二)라는 뜻으로 동생 둘리를 만들었는데 <보물섬>의 순정만화 주인공 이름이 하필 하나인 걸 알고 김이 새 둘리만 등장시켰어요. 대타로 연재를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누리자 저도, 잡지 편집부도 얼떨떨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둘리와 친구들, 고길동의 이야기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중음악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KBS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마이콜, 둘리, 도우너의 밴드 핵폭탄과 유도탄들이 부른 ‘라면과 구공탄’은 원작 만화에서는 산울림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를 개사한 ‘아줌마와 고등어’로 등장한다. <아기공룡 둘리>의 단행본은 여러 버전이 존재했다. 가장 최근 버전은 대원씨아이의 브랜드 키딕키딕이 발간한 애장판이었다. 아쉽게도 현재 절판 상태다. 최종판의 이름을 달고 복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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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둘리나라, 둘리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