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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절실하게, 정확하게, ‘귀공자’ 김강우
정재현 2023-06-21

드라마 <아이템>과 <공작도시>에 이어 김강우가 또 한번 정장을 빼입은 재벌을 연기한다. <귀공자>의 한 이사(김강우)는 모종의 음모를 품고 마르코(강태주)를 한국으로 데려온다. 한 이사는 수를 쓰지 않는 광인이다. 자신의 수하가 의심스럽거나 계획이 어그러질 때, 본인이 몸소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캐릭터다. 김강우는 이런 한 이사를 “권력을 휘두르는 데 거리낌이 없고, 계획한 일에 차질이 발생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중세 시대의 영주”에 비유했다. 한 이사는 ‘안하무인의 사이코 재벌’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강우는 애써 한 이사만의 차별점을 찾아내기보다 시나리오에 쓰인 인물을 정석대로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오히려 내가 변별적 특성을 줄수록 캐릭터가 더 촌스러워지거나 전형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역을 연기할 때마다 김강우가 세우는 대원칙은 스스로를 빌런으로 상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칫하면 뻔하고 재미없는 연기밖에 안 나온다. 연기자는 무조건 배역에 절실해야 한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행동이 전혀 문제없다고 느끼며 표현해야 비로소 관객이 그를 서사 속 악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귀공자>를 통해 배우 김강우가 얼마나 화면 장악에 능한 배우인지 실감할 수 있다. 영화 초반,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벌판에서 광기 어린 악행을 저지르는 장면은 그의 연극 출연작 <햄릿-더 플레이>를 연상케 한다. “그 장면 자체가 한 이사의 시작점이자 완성점이다. 나만의 뉘앙스로 장면을 디자인해야 해서 어려웠다.

캐릭터가 새벽녘에 느낄 법한 컨디션 난조, 악행과 모순되는 아름다운 풍광을 체화하려 했다. 내 연기가 장면의 시공간을 전달하길 바랐다.” 영화 후반, 목표물을 놓고 귀공자(김선호)와 대치하는 시퀀스에서 김강우의 대사 처리는 장면의 이질성을 영화의 일부로 납득하게 만든다. “한 이사는 그 장면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수사자다. 얼른 귀공자를 물어 죽여버리고 싶지만,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에 화를 억누르며 으르렁댈 뿐이다. 살다 보면 절박하고 진지한 순간에 의외로 웃음이 터지기도 하지 않나. 그런 포인트를 살리며 김선호 배우와 날것의 에너지를 교환하려 했다.” 김강우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폭군>으로 한번 더 호흡을 맞춘다. “박훈정 감독님은 배우와 함께 캐릭터와 서사를 꾸려가는 연출자다. 본인의 시선을 주입하기보단 배우가 연구해온 캐릭터의 디테일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이끄는데, 그렇게 채워진 세부적인 출점들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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