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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8호 [폐막작 인터뷰] ‘모두의 노래’ 시미즈 타카시 감독,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로 공포를 조성하다
이유채 사진 백종헌 2023-07-07

한 방송국 스탭이 먼지 쌓인 창고에서 낡은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 녹음된 것은 중독적인 멜로디의 허밍 소리. 아이돌 그룹 멤버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에 그 노래가 재생되고, 사람들은 자꾸만 그 선율을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하나둘 실종되는 멤버들. 전염처럼 퍼지는 저주를 풀기 위해 매니저는 사설탐정을 찾는다. <주온> <그루지> <사다코 대 카야코> <하울링 빌리지> 등의 호러영화를 통해 밀도 높은 공포감을 안겼던 시미즈 타카시 감독이 부천을 찾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모두의 노래>를 두고 그가 구현하고 싶었던 두려움의 정체를 이야기했다.

- 올해 부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소감이 궁금하다.

= 10년쯤 전에도 부천영화제를 찾았다. 장르적으로 내 관심사와 일치해서 의미 있는 영화제다. 게다가 이렇게 폐막작으로 오게 되다니 정말 영광이다. 많은 관객들이 <모두의 노래>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 우연히 발견한 카세트 테이프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것을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된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 고등학생 때 한 유명 밴드가 콘서트를 열었다. 그곳에 간 열성 팬이 카세트 테이프에 노래를 몰래 녹음했는데, 그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 화제가 되었다. 바로 울음 섞인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녹음된 거다. “나에게도 노래를 들려줘”라는 소리였다. 수천 명이 자리한 콘서트에서 왜 그 한명의 목소리만 들어갔을까. 사람들 사이로 괴소문이 퍼졌고 콘서트를 가지 못한 여자아이의 한이 들린 거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아마 지금도 유튜브에 관련 자료가 남아있을 거다. 이번 작품에 가수 제너레이션즈의 모든 멤버가 출연하기로 결정된 상태여서 음악 관련한 이 섬뜩한 일화를 자연스레 반영했다.

- <주온> <그루지> <하울링 빌리지> 등 전작에서 공간 위주의 공포를 자극했다면 이번엔 들어선 안 되는 것을 듣는 금기를 건드렸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 금기를 건드리는 순간 저주가 전염처럼 퍼져나가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그 금기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떨까. 관객도 흉내 낼 수 있는 소리로 공포를 자극하고 싶었다. 그래서 노래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가사를 넣자, 죽은 사람의 슬픈 심경을 드러내자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나는 콧노래만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를 참고했다.

- 일본 남성 그룹 가수 제너레이션즈의 모든 멤버가 영화에 출연한다. 섭외 과정이 궁금하다.

= 영화 연출을 제안 받았을 때부터 제너레이션과 함께 하는 것은 정해져있었다. 프로듀서가 말하길 올해가 제너레이션즈의 데뷔 10주년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한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특정 가수를 홍보할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멤버간의 경험차도 컸다. 연기 경험이 있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경험이 전무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제너레이션즈와 그의 에이전시가 이 영화에 무척 호의적이었다. 자신들을 홍보할 작품이 아니라, 정말 무섭고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췄다. 그때 영화를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중에서 한 중년 남자가 “제너레이션즈? 난 모르겠는데?”하고 지나가듯 말하는데, 사실 그건 내 마음을 반영했던 거다. (웃음)

- 카세트 테이프라는 과거의 물건을 활용한 이유가 있나. 스트리밍에서 우연히 노래가 흘러나온 게 아닌, 시간의 흔적이 묻어난 물건을 선택했다.

= 1020 세대에 물어보면, 카세트 테이프가 무엇인 줄은 알지만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딱 그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물건으로 낯섦과 공포를 조성해보고 싶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려면 굉장히 많은 액션 단계를 거쳐야 하지 않나. 카세트 테이프를 넣고, 제대로 장착시키고, 재생하고, 기다리기까지. 이 물체의 용도를 활용하기 위한 행동이 긴장감을 몰아넣는 과정에 적합해 보였다. 그리고 스마트 폰 녹음과 다르게 카세트 테이프는 노이즈가 쉽게 들어간다. 녹음된 파일 위에 또 다른 소리를 덧대 녹음하면 음질이 크게 하락한다. 그것 또한 공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전 작품인 <이머전>에서 VR과 뇌과학을 접목한 근미래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 <모두의 노래>는 탐정의 시선으로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사실 그는 중심 사건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는 인물을 관찰자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실종된 아이돌 멤버의 입장으로 하면 작품의 시선이 기울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때부턴 공포가 아니라 하나의 추격전처럼 보일 것 같았다. 매니저 입장으로 담아도 영 안 어울렸다. 매니저라는 게 아이돌을 지키고 관리하는 입장인 터라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질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균형을 지키기 위해 이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지만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당위성을 지닌 인물을 선택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접했을 때 관객들이 “아이돌 영화야?”하고 받아들이지 않길 바랐다. 무심한 남성의 시선으로 전개하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려 했다.

- 영화 <주온>을 보고난 뒤로 발끝까지 이불을 못 덮고 잔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불 아래에 귀신이 숨어있던 장면은 무척 창의적이었다. <모두의 노래>에 심어둔 공포의 포인트가 있다면.

= 일본에서 개봉 당시 가장 많은 반응을 얻었던 건 어머니가 등장하는 신이다. 더는 말할 수 없지만. (웃음) 어머니 역할은 일본에서 긴 무명을 거친 배우가 맡았다. 전작 <이머전>에서 작은 역할로 나왔는데, 이 장면을 찍은 이후 투자자들과 배급사도 무섭다고 난리였다. 너무 단역이라 포스터에 이름이 안 실릴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워낙 좋아 이름을 넣었다. 배우의 이름은 야마카와 마리카다. 영화를 통해 새롭게 주목 받은 배우가 나오는 것도 큰 기쁨이다.

- 영화 촬영을 하면서 귀신을 본 적 있나.

= 아, 이 질문 일본에서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다. (웃음) 이번엔 없었다. 다만 멤버 중 한 명이 겁 많기로 소문이 났는데 “오늘 여기 공기가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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