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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퀴어 마이 프렌즈’, 성스럽고도 세속적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보라 2023-08-09

스무살, 뒤늦은 사춘기를 겪던 서아현 감독은 작은 기독교 대학에서 연극을 하다 만난 친구 강원(송강원)과 가까워진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강원은 26살이 되던 해, 페이스북을 통해 독특한 커밍아웃을 한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이다.” 그의 절친한 친구로서, 그리고 스스로 모태신앙 기독교인으로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감독은 강원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기로 한다. 강원은 미국 시민이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한미군으로 배치받아 다시금 한국 커뮤니티에 포섭되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이후 독일에 주둔해 순탄히 사는 줄로 보였던 강원은 어느 날 감독에게 우울한 편지를 보내고, 조기제대로 군 생활을 마친다. 7년간 이어진 여정은 서아현 감독과 친구 강원이 주고받는 편지의 기록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퀴어 마이 프렌즈>는 서아현 감독의 입장에서 성소수자 친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채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강원의 이야기를 주요한 플롯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감독의 목소리가 여러 대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또 술회한다. 이를테면 강원이 자신의 사랑에 관해 “상상할 수 없는 범위의 행복”이라 주장할 때, 자신에게는 당연하던 것이 강원에게는 꿈꾸기조차 불가능한 영역이었음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주인공이 되는 것은 감독이다. 그러나 이 오묘한 관점은 얼마간 타당하다. 미군이 된 강원이 타국에서 복무하며 진급할 때, 마침 취업에 실패하고 신용 파산 위기에 처한 감독의 상황이 이어지는 등 영화는 두 친구 사이에 있는 복잡다단한 관계성 틈으로 파고들며 둘의 위치를 명확히 고정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풀어헤친다. 퀴어인 내 친구와, 그 친구를 찍는 나. 그리고 어느 순간 빚을 갚겠다며 (다시) 나를 찍는 그 친구를 확인하는 시간. 강원이라는 개인을 통해 하나의 신체가 버티는 퀴어의 무게가 묘사되는 것은 물론, ‘한국인’으로서의 역량을 요청받는 디아스포라의 불안정성이 덧대어지고,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불식시키지 못한 카메라의 공포를 토로하는 피사체의 연약함이 노출된다. 그렇게 <퀴어 마이 프렌즈>는 강원을 따라가지만 그를 통해 더 넓은 퀴어를 환기하면서 이다음에 만날 친구들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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