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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돈 워리 달링’
김예솔비 2023-08-18

쿠팡플레이, 웨이브 /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 / 각본 케이티 실버먼 / 출연 플로렌스 퓨, 해리 스타일스, 올리비아 와일드, 크리스 파인, 제마 챈 / 플레이지수 ▶▶▶

엘리스(플로렌스 퓨)와 잭(해리 스타일스)의 일상은 얼핏 완벽해 보인다. 1950년대 미국 경제 호황기의 화려한 가구들로 둘러싸인 주택 단지. 남편들이 일터로 출근하고 나면 아내들은 집안일을 하고 여가 시간에는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율되어 있는 듯한 세계일수록 단 한번의 불협화음이 큰 파장을 가져오는 법. 마거릿(키키 레인)의 이상행동을 목격한 엘리스는 마을의 수장 프랭크(크리스 파인)가 주도하는 ‘빅토리 프로젝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고, 시스템 바깥으로의 탈출은 요원하게 된다. 유토피아의 내구성이 무너지고 마을 바깥에 견고한 현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SF 장르로 급선회한다.

가상현실이라는 SF적 모티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돈 워리 달링>은 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주부가 그녀를 억누르는 사회적 질서를 깨고 나오기 위해 분투하는 서사의 계보를 잇는다. 빅토리 프로젝트가 상정하는 유토피아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다. “세상을 바꾸자”라는 미명 아래 남성들이 인정투쟁을 벌이면서 관료제를 재생산하는 동안 여성들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현실 속에 안주할 것을 강요받는다. 영화의 아쉬운 대목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부수기 위해 ‘메트릭스’라는 익숙한 각성의 공식을 가져다놓으며, 엘리스의 주체적 여정을 반전의 스펙터클로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세계 너머에 대한 보다 급진화된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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