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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좀비버스’

재난물이라는 장르가 대개 그렇듯 넷플릭스 예능 <좀비버스>의 시작은 밑도 끝도 없다. 갑자기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출연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거나 배신하며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의 과몰입에 주의를 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할 만큼 이 세계에 과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좀비 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출연자들을 공격하면서도 미묘하게 망설이고, 출연자들은 위기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애쓰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

좀비물 특유의,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기 위한 갈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버려야 하는 딜레마, 처절한 비극 같은 건 <좀비버스>에 없다. 기름이 떨어진 차에 갇힌 채 나가서 주유 좀 하고 오라며 서로 미루는 출연자들의 대화는 평범하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쪼잔하다. “제 차는 전기차예요.” “형은 나랑 띠동갑이잖아요.” 모두가 위기에 빠졌을 때 “뻥이요!”라고 외쳐 소음에 반응하는 좀비들을 유인하는 뻥튀기 아저씨의 영웅적 행위는 ‘K신파’ 코드의 노골적인 패러디다. 좀비에게 물려 혼자 쓸쓸히 침대에 묶여 있던 조나단은 죽음을 예감하자 브이로그 라이브 방송을 켠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눌러주세요. 100만 가자! 5천만 가자~”라는 그의 유언은 관심경제 시장에 뛰어든 현대인의 ‘웃픈’ 초상이다.

갇혀 있는 좀비 앞에 굳이 뛰어들어 스파링할 때는 <피지컬: 100>, 다 같이 라면을 끓여 먹다 밀웜을 넣는 바람에 우당탕탕 소동이 벌어질 때는 <1박2일>, 좀비에게 물려 ‘반좀비’가 된 박나래가 “시집갈 줄 알고 난자도 얼려놨는데, X발. 싱글은 더 비싸요”라고 한탄할 때는 <나 혼자 산다>가 되는 이 희한한 혼종 예능을 속절없이 웃으며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좀비버스>의 장르는 시트콤이다. 1.5배속으로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CHECK POINT

한국적 밈의 활용은 <좀비버스>에서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다. 놀이공원에서 구조선을 기다리다 좀비들과 맞서게 된 출연자들은 누군가 디스코팡팡에 떨어뜨린 네뷸라이저를 찾아야 한다. 그러자 수상할 만큼 싱글벙글하는 DJ가 이들을 돕기 위해 디스코팡팡을 가동하고, 코요태 노래가 신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디스코팡팡이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좀비와 인간들이 풀썩풀썩 쓰러지고 밀치는 광경은 좀비 액션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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