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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연인’

MBC <연인>의 때는 병자호란. 가혹한 시절을 한발 물러서 조망할 셈이던 사내 장현(남궁민)은 부채를 칼로 바꿔 쥐었고, 포근한 이불을 뒤채며 잠꼬대를 하던 능군리 사족 처녀 길채(안은진)는 빨간 실타래를 따라 낭군님을 찾던 그 꿈을 피난길 한뎃잠을 자며 꾼다. 장현과 길채는 어긋나길 반복하면서도 구하고 지키며 살고자 하는 길이 자꾸 맞닿는 연인이다.

서로 옆모습을 좇는 시선이 비애가 되지 않도록 길채의 동무 은애(이다인)는 “겁나고 무서운 일이 있을 땐 가장 의지되는 사람을 찾”는다며 전쟁 소식에 길채가 누굴 보았는지 장현에게 알려주었다. 저도 모르게 가닿는 시선만큼 절박할 때 떠올리는 회상 신 역시 중요하다. 은애를 겁탈하려던 오랑캐를 길채가 칼로 찌르고 함께 사체를 처리한 은애가 떠올린 것은 마을 어른의 가르침이었다. “여인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경우 죽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잠시 적과 얼굴을 마주했다 해도 살 수가 있겠느냐”는 말, 줄곧 배우고 의지했던 가치가 죽는 것 외엔 증명할 길이 없음을 깨달은 은애는 즉시 몸에 묻은 피를 씻는다. 이는 죄를 씻는 것이 아니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은애의 회상에 정혼자 연준 도령(이학주)을 넣었다면 죄책감 속의 선택이 되었을 상황을 온전히 부조리를 씻어내는 것으로 풀었듯, 여인에게 강요되던 절의를 다루면서 평가가 개입된 서술과 실상의 차이를 곱씹게 하는 장면이 또 있었다. 임금에게 강화도 사정을 아뢰는 신하가 “수십, 수백명의 여인이 ‘절개를 지키고자’ 절벽에서 떨어져 강화 바다 위에 여인들의 머릿수건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며”라고 했던 상황. 여기엔 청군에 쫓겨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아낙들의 두려움과 눈물은 있되, 스스로 몸을 던지는 재연은 넣지 않아 이 비극의 실상엔 어떤 능동도, 가치도 배제되어 있다.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지금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을 놓지 않는 사극이 든든하다.

CHECK POINT

인조(김종태)의 출성을 막아보려 애걸하는 최명길(김태훈)을 먼발치서 보던 홍타이지(김준원)는 “전장에 나서지도 않는 임금을 저리도 사모하는가?”라고 말한다. 황진영 작가의 2013년작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는 동성왕(정찬)이 훗날 무령왕이 되는 병관좌평 융(이재룡)을 백성들이 사모하는 것을 견제하고, 기문국의 왕 수니문(김영재)도 자신의 백성이 백제 왕을 사모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황진영 작가의 세계에선 왕 역시 백성의 사랑을 구하고 질투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받는 만큼 답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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