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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아침 그리고 저녁>
진영인 2023-10-17

욘 포세 지음 /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얼마 전 아내를 떠나보낸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침대에서 애써 몸을 일으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끓이고 빵에 치즈를 곁들여 먹은 다음 바다와 바람이 기다리는 집 밖으로 나선다. 산책할까 아니면 배를 타고 나가 낚시할까 생각하며 흐린 날씨를 배경으로 한 노인이 느리게 움직이는 고요한 풍경이, 마침표 없이 이어지며 밀어붙이는 문장으로 어딘지 불안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어제와 같고 그저께와도 같은데 요한네스는 무언가 다르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요한네스 본인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친구 페테르를 만나 배를 타기도 하고, 게를 잡아 시내로 가서 젊은 시절의 데이트를 반복하기도 한다. 온 세상 사물이 너무나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이 기이한 감각과 무언가에 홀린 듯한 경험이 어떤 저녁으로 향하는지는, 사실 소설의 시작이 알려주었다. 모든 아기가 그렇듯 요한네스 또한, 모든 것이 하나인 검고 고요하고 따뜻한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오며 울부짖음으로 제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아내와 아이가 무사하길 바라며 신의 존재를 사유하는 아버지의 모습, 합일의 상태를 떠나 개별적 생명으로 움직이며 존재를 시작한 아기의 모습이 긴 시처럼 하나의 호흡으로 그려진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는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며, 희곡으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바닷가에서 아이를 기르고 생계를 꾸려온 개인의 고된 인생이 품은 무게를 온전히 전달한다. 은퇴한 부부에게 연금이 지니는 의미, 어린 시절 집 현관 바닥재가 초라해서 부끄러웠다던 막내의 고백 같은 대목이 피부에 닿을 듯 구체적이다. 거대한 파도가 뒤척이듯 한 세계가 꿈틀거리며 아기의 탄생을 빚는 순간을 숨 가쁜 의성어로 담은 대목을 읽다 보면 마음에서 그 소리가 재생되는 것만 같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마침표가 드물게 모습을 드러내는 문장이 신에 관한 서술이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다.”

25쪽

“아이의 목소리는 저 밖의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더 커지고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