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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찰스 밍거스-소리와 분노>

진 샌토로 지음 /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음악가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의 음악을 연속재생하는 것만큼 즐거운 독서법은 없을 것이다. 경계인이었으며, 다면적인 얼굴을 가졌고, 예측 불허의 인물이었던 찰스 밍거스가 밴드 멤버와 불화하며 무대 위에서 기행을 펼치는 장면을 읽을 때 과 같은 곡이 불쑥 재생되고 있으면 문장과 음률이 환상의 합을 이뤄낸다. 밍거스의 음악은 성마른 그의 성격처럼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전혀 다른 악장으로 튀어가거나 방향을 급선회한다. 경쾌한 베이스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미스터리하게 변모시키는 트럼펫이 흐르고 피아노는 밤도둑의 발소리처럼 가만가만 음표를 올려놓는다. 찰스 밍거스의 전기 <찰스 밍거스-소리와 분노>의 번역가인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는 옮긴이의 글에 밍거스를 구스타프 말러와 비교하며 이렇게 소개한다. “음악적으로 비타협적이었으며 다혈질의 성격으로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를 지휘했고 오십대에 생을 마감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음악을 소재로 사용하며 계속해서 그것을 확대, 발전시켜나갔다. (중략) 혼돈으로 가득 찬 밍거스의 음악은 세상의 다양한 음악을 그 소재로 끌어당겼다. 그의 음악의 복잡함은 경계인이었던 밍거스 자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 위대한 음악가의 전기 읽기를 시도할 때 분명 독자는 그의 팬이거나 그의 음악에라도 일말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찰스 밍거스와 그의 음악을 접한 적이 없던 독자가 두꺼운 전기를 집는 일은 흔치 않다. 재즈 문외한에게도 이 책이 흥미로울까, 당연히 그러할 것이고 오히려 책을 읽은 후 재즈와 밍거스라는 신세계에 풍덩 빠져들고 싶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즉흥 음악을 하며 공연 예술의 재즈의 기틀을 마련한 밍거스는 무대 위에서 갑자기 다른 연주자와 싸움을 벌이거나 악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기도 했다. 자신은 약속되지 않은 박자를 자주 시도하면서 다른 연주자가 자신에게 그런 즉흥 행동을 시도하면 화를 내며 무대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다. 각종 기행 덕분에 밍거스의 별칭 역시 분노의 재즈맨이었다.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의 위인전을 찾는다면 밍거스 전기는 좋은 시도는 아니지만, 19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재즈 문화와 미국 사회의 풍경까지 담겨 있다.

533쪽

휘트워스는 밍거스가 밀라노에서 2200달러 주고 산 베이스를 파이브 스팟의 부엌문을 통해 던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베이스는 눈에 거슬리던 한 그루피 근처에서 산산조각 났고 밍거스는 나머지 조각들을 발로 짓밟았다. 이기 터미니의 요리사 챈은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를 재빨리 구워냈다. 밍거스는 스테이크를 씹으며 냉정을 찾았고 청중이 음악을 듣게 하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이기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