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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BIAF Daily > 제25회(2023) > 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2호 [인터뷰]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와타나베 코토노 감독, 애니메이션 특유의 위화감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정재현 사진 백종헌 2023-10-21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이와모토 나오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금의 나라 알하미트와 물의 나라 바이카리는 평생 견원지간으로 살아왔다. 허구한 날 벌어지는 전쟁에 지친 이들은 알하미트의 미녀와 바이카리의 수재를 결혼시키는 것으로 반목을 일단락 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계약이 무색한 기싸움을 벌이고, 이로 인해 알하미트의 공주 사라와 바이카리의 청년 나얀바야르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나게 된다. 올해 BIAF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서 세 차례 상영되는 <금의 나라 물의 나라>의 감독 와타나베 코토노를 만났다.

- 원작 만화의 팬이었다고 들었다.

= 이와모토 나오의 원작이 <이 만화가 대단하다!>의 2017년 베스트 여성작가 만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발간 이래 연일 화제였다. 워낙 이와모토의 전작도 좋아했던 터라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작품을 구매해 읽었고 단번에 매료됐다. 이후 내가 속한 제작사인 매드하우스에 영화화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에선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내게 연출을 제의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 금의 나라 알하미트는 페르시아 제국같은 서아시아의 모습을, 물의 나라 바이카리는 몽골 제국 등 동아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미지를 영화로 구현할 때 실제 존재하는 국가들의 느낌 혹은 분위기를 반영했나.

= 원작자가 만화를 그릴 당시 이미 취재한 사진 자료를 많이 빌려왔다. 금의 나라의 경우 오스만 제국 당시의 자료를 주로 살폈다. 워낙 이슬람 건축에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던 터라 반가웠다. 물의 나라의 경우 부탄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자료 조사를 하다 안 사실인데, 튀르키예의 음식이 세계 4대 진미라고 한다. 그래서 취재를 하며 튀르키예 음식을 많이 주문해봤다. 상당히 맛있었다. (웃음)

- 원작에 비해 라스타반 3세 캐릭터에 통치자로서의 고뇌가 훨씬 강조된 듯한 인상이다.

=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실사영화에 비해 관객이 내용을 수용하기에 위화감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애니메이션 특유의 위화감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아버지 라스타반 3세의 캐릭터를 다듬은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가 종전까지 이어진다는 설정이나, 아버지에게 강한 반발감을 느끼는 지점이 관객의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따라서 곁가지를 많이 줄이고 캐릭터의 감정을 묵직하게 끌고 가는 것에 집중했다.

- 목소리 연기를 맡은 나얀바야르 역의 카쿠 켄토와 사라 역의 하마베 미나미에게 주문한 연기가 있나.

= 두 배우는 이미 애니메이션 더빙 경험을 가진 터라 걱정은 없었다. 사라 역의 배우를 찾을 때 내 안에 확실한 기준이 있었다. 사라는 풍채가 좋은데 목소리마저 복스러운 느낌이라면 과하게 웃음을 유발할 것 같았다. 하마베 미나미는 낮으면서 온화한 톤의 목소리를 가져서 제격이었다.

- 캐릭터 중에선 조연에 해당하는 문라이트 살라딘이 가장 흥미롭다. 사극에 흔히 나오는 정부(情夫)처럼 보이지만 지혜로운 책략가라는 점이 그렇다.

= 영화화를 위해 이와모토와 미팅을 할 당시, 작가님이 “우리 작품엔 빌런이 없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엔 악의 대신 개성이 넘쳤다. 따라서 영화판에서도 각 캐릭터의 근간만은 일관성 있게 가져가려 했다. 솔직히 우리 작품의 두 주인공은 상당히 평면적인 캐릭터다. 그에 반해 살라딘을 포함한 조연들은 외모도 지위도 성격도 광채가 난다. 이들의 개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주인공이 쉽게 잊힐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살라딘의 경우 원작 속 매력을 희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살라딘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잘생겼으니 봐줄 거야”하는 심산이었다. (웃음)

-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고풍스런 전래 동화임에도 생태위기, 국가 간 갈등과 전쟁 등 2023년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은 설정이 가득하다.

= 작품 제작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인해 종전이 된다는 영화의 설정에 맞춰 삽입곡을 작곡했다. 그런데 후반 작업 도중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작금의 국제 정세의 초기에 만든 곡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곡의 진행 방향을 선회해 지금과 같은 듀엣곡을 넣게 되었다.

- 영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를 꼽아 준다면.

= 이번 영화에 참여한 스탭들이 전부 본인 장편 연출작을 가진 초베테랑분들이었다. 아사카 마리오 콘티 감독이 그린 다리 위 사라와 나얀바야르의 대화 장면을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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