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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샤룩 칸의 해’가 되어가는 인도

인도는 다시 한번 ‘샤룩 칸 앓이’ 중이다. 이미 올 초 <파탄>으로 역대급 성적을 거두었던 그는 신작 <자완>으로 또다시 극장가를 강타했고, 이로써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발리우드 역대 흥행작 톱3(인도영화 역대 흥행작 톱6)를 연달아 내놓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매진 사례의 <자완>은 <파탄>의 기록을 넘어 발리우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액션 스릴러 <자완>은 그야말로 샤룩 칸의, 샤룩 칸에 의한, 샤룩 칸을 위한 영화다. 1965년생의 이 슈퍼스타는 영화에서 아버지 비크람과 아들 아자드의 1인2역을 모두 소화해내는데, 먼저 아자드는 여성 교도소의 간수로 약자를 위해 활동하는 의적이다. 그런 그가 위기를 맞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기엔 도플갱어에 가까운 비크람이 나타나 아자드를 구한다. 한편 비크람은 특공대 출신으로 억울하게 반역자로 몰렸던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기억을 잃고 아내는 투옥되고 마는데, 그 아내가 홀로 감옥에서 낳은 아들이 바로 아자드다. 어머니는 죽기 전 아들에게 아버지의 결백을 입증하고 정의를 구현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돌아온 아버지와 아들이 의기투합한 ‘부자 활빈단’은 부패한 세력을 향한 응어리 찬 복수극을 펼친다. 한편의 오락영화로 볼 수 있지만 뿌리 깊은 사회의 부조리를 콕 짚어 척결한다는 내용은, 이 영화가 어설픈 버디물보다 오직 샤룩 칸의 영화라는 점과 함께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샤룩 칸의 행보는 마치 어딜 넘보냐는 느낌을 준다. 최근 지역어권의 굵직한 상업영화가 전국적으로 흥행하며 그간 상업영화 시장을 이끌어온 발리우드를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파탄>에 이은 <자완>의 연타석 홈런은 이를 다분히 의식한 발리우드 대표 스타의 응답인 셈이다. 그 증거로 <파탄>과 <자완> 모두 가성비 좋은 영화가 아닌 대신, 물량 공세로 롱런하며 상징적인 기록을 향해 나아갔다. ‘기록’을 의식하는 눈치인데, 그간 다소 주춤했던 발리우드의 흥행 본능을 깨우는 모양새다. 이에 필적할 지역어권 영화의 등장이 기대되는 한편, 전성기를 방불케 한 샤룩 칸의 활약으로 동년배인 살만 칸, 아미르 칸의 행보 또한 주목된다. 물론 예전 같진 않다. 한때 발리우드영화에서 ‘사랑 그 자체’였던 샤룩 칸도 이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은 사양한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누가 이들의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며 ‘포스트 칸 시대’를 논할 수 있을까. 라지니칸트에게서도 같은 감정을 가지는 바, 스스로 멈출 때까지 전성기라는 것을 <자완>에 환호하는 인도의 모습에서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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