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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삶과 예술, 안젤름 키퍼의 모든 것

독일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가 또 한번 고품격 3D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12년 전 <피나>가 관객을 피나 바우슈의 춤의 세계로 인도했다면, <안젤름>은 독일 대표 마술 작가 안젤름 키퍼의 신비한 작품 세계로 이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심상치 않다. 머리에 짚단 혹은 책 더미를 인 이브닝드레스들이 숲속에 서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속삭임이 겹치다 곧 여성 듀엣 성악곡이 귀를 사로잡는다. 벤더스의 3D 카메라는 조형물에 생생한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특이한 사운드 효과와 함께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음으로 멀리서 어떤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공간을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 주인이 안젤름 키퍼라는 사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키퍼의 작업 현장은 공장과 다름없다. 독일 현대사에 대한 키퍼의 통렬한 반성과 고민의 흔적은 석고, 납, 짚, 유리와 같은 거친 소재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 키퍼는 1992년부터 파리 근교에 아틀리에를 두고 있다. 그는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 단골로 초대되는 국제적 스타다. 영화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안젤름 키퍼의 작품과 작품의 배경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그려낸다.

죽음의 수용소를 노래한 시인 파울 첼란은 키퍼의 영감의 원천이자 창조의 시작점이다. 첼란의 육성 낭독 시 <죽음의 푸가> 사운드에 맞춰 키퍼 작품의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나열한다.

키퍼의 작품에 영향을 준 또 한 사람은 하이데거인데 영화를 통해 첼란과 하이데거의 만남이라는 귀한 기록 영상도 만날 수 있다. 키퍼의 과거 인터뷰 외에도 어린 시절의 키퍼, 중년의 키퍼까지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어린 시절, 그리고 중년의 키퍼를 안젤름 키퍼의 아들과 벤더스의 손자가 각각 연기했다. 과거를 잊어가는 독일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키퍼는 전후 독일 사회의 금기인 나치식 경례를 하는 자신을 찍고 전시해 도발한 경력도 있다. 2차대전 종전의 해인 1945년에 태어난 키퍼와 벤더스 감독은 전쟁 폐허의 기억을 공유한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전쟁 잔해 속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준다. 한마디로 빔 벤더스는 <안젤름>을 통해 예술영화라는 장르에 실험적으로 재도전했다.

<안젤름>은 벤더스 감독이 키퍼를 따라다니며 2년간 찍은 결과물이다. 칸영화제에 처음 선보인 뒤 지난 10월 중순에 개봉했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는 “빔 벤더스는 3D 기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 즉 작품의 아우라를 보이게 하듯 강렬한 장면 찍기에 성공했다”고 평했고, 일간 <디벨트>는 “오마주를 넘어선 도취된 사랑 고백이며 예술과 영화의 공생”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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