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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오래된 폭력을 마주하다, 파올라 코르텔레시 첫 감독작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이탈리아의 배우, 코미디언, 가수, 성우, 사회자인 파올라 코르텔레시는 2011년 코미디영화 <에스코트 인 러브>로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의 최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은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린다. 1956년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최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소피아 로렌이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아시아 아르젠토 등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2023년 이탈리아인이 가장 많이 본 영화로 2024년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파올라 코르텔레시가 감독 데뷔한 첫 장편으로, 나스트로 디 아르젠토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도나텔로상은 영화 각본가, 연기자, 영화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데 반해 아르젠토상은 이탈리아 전국 영화언론인 연합이 주도하는 상으로 1946년에 개최돼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유럽의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다.

1946년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영화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역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당시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에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전쟁 후 이탈리아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을 모순적이면서도 동시에 코르텔레시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펼쳐낸다. 파올라 코르텔레시 감독이 직접 연기한 델리아는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남편 이바노와 세 자녀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심술궂은 시아버지를 돌보고 옷가지를 수선하며 하루를 보내는 충실한 가정주부다. 델리아의 시아버지는 여성들이 입을 봉하고 있어야 할 시대에 자신의 말에 따박따박 “답하며 주둥이를 잘 놀리는 결점이 있”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게 일상이다. 남편 이바노는 델리아를 때리고 모욕을 준다. 폭력적인 자신의 행동에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 평범한 일상으로 넘어가는 모습에서 가정 폭력을 향한 당시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는 이바노 캐릭터에 집중하며 사회가 오랫동안 묵인해온 보편적인 가정 내 불평등을 잔잔하고 부드럽게 묘사한다. 이렇게 차분한 묘사는 오히려 공포스럽게 비쳐지면서 관객들은 남편에 의해 자연스레 침묵되는 여성의 처지를 직관하게 된다. 한 인간의 존엄성을 쉽게 무너뜨리는 남편의 사고회로는 현대 여성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실질적인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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